올렸던 것 중에서 나중에 다시 이어 쓰고 시픈 것만 모아모아

언젠간 쓰겠지 모....8ㅅ8...... 




1. 아이돌 순영x홈마 지훈  


순영이 홈마 지훈이로 이런거 보고싑당.. 지훈인 사실 단 한번도 아이돌을 조아해본 적 없는 사람이고 그야 말로 평범한 20대 후반 회사원인데 어느날 우연히 티비를 돌리다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무대를 보게 되엇구.. 한 가운데에서 치명치명 돋게 춤추는 순영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려 그냥 막 순영이의 춤에 혼이 빼앗기는 느낌이었을거야ㅠㅠ 그래서 홀린듯이 3분 가량 되는 무대를 꼼짝 않고 보고서는 그날부터 틈만나면 유튜브에 호시, hoshi, 호시 focus 이런걸 찾아보곤 하겠지.. 그렇게 수많은 직캠을 보면서 지훈이는 자기도 순영이를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사실 지훈이는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에 든 이후로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었음 물론 풍경사진이었짐안.. 지금두 동호회 같은 데 가입해서 주말이면 어디 풍경 좋은 데 가가지구 사진 찍곤 했는데(그 동호회 내에서도 사진 존잘림으로 유명한 지후닝..)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게되던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무대위의 순영이 모습이 너모나 아름답고 환상적이니까 그걸 찍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는.. 그래서 지훈이는 완전 아이돌알못인데 무작정 자기꺼 성능 짱 좋은 카메라 하나 들고는 어케어케 검색을 통해서 첨으로 오프를 뛰게 돼ㅋㅋ 어디 행사 인걸루 하자 막 여기저기 대포를 든 무리들이 있었는데 지훈이는 홀로 고고하게 솔플을 뛰겠지ㅋㅋㅋ 진짜 딱 순영이만을 찍기 위해 온 사람 마냥 적당한 데에 자릴 잡고는 풍경사진 찍던 그 솜씨를 발휘해서 기가막히게 순영이의 순간 하나하나를 포착하는 지후니.. 떨림 초첨 나감 그런거 1도 없고 셔터를 누르는것 마다 다 레전짤 탄생일 것ㅋㅋ 


아이돌 덕질엔 트위터가 필수니까 지훈이도 순영일 조아하게 되면서 트위터도 시작하게 됐어 근데 막 트위터로 사람 만나고 하진 않고 걍 딱 순영이네 그룹 오피셜 계정이랑 순영이랑 관련된 계정(,봇 등등)만 팔로해놓음 물론 팔로워는 0이겠지 글도 안 올리고 걍 알티만 하거나 가끔 투표할때나 해시태그 붙여서 올리기만 하고.. 아 닉넴은 걍 '호시 팬' ㅋㅋㅋ 진짜 정직하게ㅋㅋㅋ 무튼 그날 처음 순영이를 찍고 집에 온 지후니는 또 풍경사진 보정하던 그 솜씨로ㅋㅋ 순영이 사진들을 기가 막히게 보정하겠지 정말 누가봐도 탑시드 먹을만한 퀄ㅇㅇ 지훈인 원래도 자기가 찍은사진 동호회 카페에 올려서 공유하고 그런걸 즐겼으니 순영이 사진도 그런 비슷한 맥락으로 트위터에 올리게 돼 물론 로고 그런거 없음ㅋㅋ 글도 그냥 160x0x ㅁㅁ축제 호시 1 이런식으로만 올리고 ㅋㅋ 근데 트위터에서 순영이팬으로 네임드인 계정(팔로워 수 ㄷㄷ)이 서치를 하다 지훈이 사진을 보곤 바로 알티를 하면서 'ㅠㅠㅠㅠ님들 이거 봐주라ㅜㅜㅜㅜㅜ' 막 이런글 남기구.. 그 계정 팔로한 사람들 다 그글 알티하고 순식간에 지훈인 알티스타+팔로워부자가 될 것ㅋㅋ 직멘으로 ㅜㅠㅠ왜케 잘찍으새요ㅠㅠㅠㅠ이러고 우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고.. 여기저기 커뮤에선 순영이 신생홈인데 너무 잘찍는다고 지훈이가 언급되겠지ㅋㅋ 그렇게 단번에 네임드 자리에 오르는 쥬니.. 근데 지훈이는 홈마 그런게 뭔지도 모르고 구냥 순영이 사진 찍고 싶은맘+다른 사람들과 자기 사진 공유하고 싶은맘으로 사진 올린거라.. 얼떨떨하겠지ㅋㅋ 그치만 그렇게 엄청난 찍덕 데뷔식(?)을 치른 이후로 시간 날때마다 (풍경이 아닌)순영일 찍으러 다니는 지훈이 보고싶넹.. 근데 오프에서 지훈이는 진짜 눈에 안 띌 것 같다 20대후반 남정네니까 옷도 검은색 회색 이 계통이고 모자 눌러쓰고 소리없이 어디 한 구석 자리잡아 하는거라곤 셔터 누르는일일 뿐이니ㅋㅋ 그래서 지훈이는 팬들 사이에서 되게 미스테리한 존재겠지.. 오프 자주 뛰면 웬만한 홈마들 얼굴은 다 알게 되는게 정석인데 그 누구도 지훈이 얼굴을 모름ㅋㅋ 심지어는 봤다는 사람조차 없음ㅋㅋ 근데 어느 행사를 하든 그날 밤에 바로 플뷰 이딴거 없이 고화질 직찍 투척하는 '호시 팬'이라.. 다들 감사히 저장하면서두 지훈이의 존재를 궁금해 하고 있는 상태ㅋㅋ


사실 지후니는 그냥 순영이가 조아서 찍으러 다녔던거지 순영이가 자길 알아봐주길 바라는 맘 이런건 1도 없음.. 그래서 팬싸 같은 것도 기쓰고 응모하지 않고 적당히 자기가 살 수 있는 한에서만 사서 응모하거나 아님 아예 응모조차 않는 경우도 많았음.. 그러던 어느날 별 생각없이 딱 세장만 사서 응모권 세개 넣었는데 팬싸 당첨이 된 것ㅋㅋ 근데 지후니는 말했다시피 아이돌알못이라 팬싸 이게 얼마나 쩌는건지두 잘 모름ㅋㅋㅋ걍 엣... 됐네 _? 하면서 무덤덤ㅋㅋㅋㅋ 그러케 팬싸 당일이 되고 지훈인 늘 그랬듯이 어두컴컴한 옷 차림새로 팬싸장을 향해 가 역시나 지훈이 보물 1호 카메라와 함께.. 자기 차례 오기 전까지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던 지후니... 자기 차례 다다르니까 대강 카메라 정리해서 가방에 넣구 줄서는데 다른 멤버들이랑 그냥저냥 인사하고 싸인받고<그때까지도 별 실감 안 나는 지후니.. 그냥 와 잘생겼다 이 수준임ㅋㅋ 그러다 딱 순영이 차례가 됐는데 그 머라구 해야할까 꿈에서만 그리던 피사체를 바로 눈앞에서 그 존재를 확인한.. 고런 느낌이 들면서 지훈인 심장이 막 거세게 뛰어와 얼굴도 빨개지고 여즉까진 괜찮았는데 말도 더듬고 손도 떨고... 순영인 보기드문 남팬이라 신기한 맘에 덥석 지훈이 손을 잡으며 우와 반가워요!! 이러고 있구ㅜㅜㅋㅋㅋ지훈인 진짜 딱 숨막혀 주글것만 같음.. 지훈이가 말도 못 꺼내고 계속 어버버거리기만 하니까 순영인 나름 긴장풀어준답시고 더더 웃어주고 말걸고 그러는데 그게 더 죽을맛이겠지 결국 지훈이는 어케 이름도 못 말하구 시간이 다 되어서 그 싸인줄은 빠져(?)나와.. 여전히 정신이 혼미함 순영일 그러케 가까이 보는건 첨이었는데, 지훈이는 그냥 자기가 카메라 너머로 바라보던 것과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차원이 다른거지 그래서 그날 지훈이는 집에 돌아와 보정하는 것도 잊고 거의 뻗다시피 해...


원래도 팬사랑 넘치는 순영인 팬싸 온 팬들 한명한명 웬만하면 다 기억하곤 하는데 특히나 지훈이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겠지 많고많은 팬들과 마주해봤지만 그렇게나 벌벌 떠는 팬은 첨인 데다가 남팬이었으니까ㅋㅋ 그래서 순영인 행사를 뛰거나 그럴때면 혹시나 그 팬이 오지 않았나..하면서 은근히 관객석을 스캔하곤해 근데 그 팬은커녕 남팬도 없는 것만 같아 근데 사실 그날 팬싸 이후로 지훈이는 오프를 못뛰고 있는 상태였어ㅋㅋ 아무리 그래도 지훈이도 현업이란게 있는 사람이니까 일이 워낙 바빠 행사를 못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딱 운이 좋게 시간이 맞아떨어져서 모 지역 행사를 또 가게 되눈 지훈이.. 그때쯤이면 순영이가 그 지훈이 찾기(?)에도 시들어 있던때라(워낙 안보이니ㅋㅋ그냥 한번 온거였나보다 하구 넘겼음) 무대에서 평소와 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순영은 쩌기서 그 익숙한 검은 쟈근 사람(ㅋㅋ)을 발견하곤 저도 모르게 반가운 기색을 해 딱 지훈이 카메라에 아이컨택한 상태루다가.. 저도 모르게 손가락까지 뻗은 순영ㅋㅋ 넘 반가워쓰니까 88 그래서 그날 밤 지훈이가 그 사진을 업로드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난리나겠지 도대체 호시 팬 정체가 뭐냐ㅋㅋ 순영이가 저렇게 반가워하는거 첨 본다 이러면서ㅋㅋ 


그러다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지훈이가 정식 홈마계도 아닌데 승승장구하면서 순영이 탑시드 홈 하면 젤 먼저 언급되고 하니까 그걸 질투한 순영이 다른 홈 한명이 지훈이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순영이한테 애정없는데 돈 벌려고 찍는거다 이런식으루.. 마치 지훈일 잘 알고 있다는듯이ㅋㅋ 지훈인 그런 소문 도는지 꿈에도 모르고 여느때처럼 자기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업로드했음 그리고 그 밑으로 달리는 '피드백 부탁드려요'라는 글들.. 그 사람은 지훈이가 순영이 사진 올릴때 쓰는 멘트만 봐도 애정없는거 눈에 보이지 않냐 이런식으로 ㅈㄴ 깠구 사실 지훈이는 남자다보니까 다른 홈들처럼 아기자기 이모티콘 쓰고 그런거 취미없고ㅋㅋ 걍 딱 어디 행사인지만 쓰곤 했던지라.. 다른 팬들이 그 말에 현혹되는 것도 아예 말도 안되는 일은 아녔지 지훈인 뭘 피드백하라는건가 싶어서 알림창을 키는데 여기저기 알계로부터 험한말이 와 있는거지.. 그걸보고 깜짝 놀란 지훈이 맨 첨 시작한 알계 계정에 들어가서 저에 대해 구구절절 써놓은 글을 보는데 너모나 어이가없음 자기가 다른 아이돌판에서 먹튀해서 온거라느니 이런식이고 지훈이를 칭하는 말도 그녀 어쩌구임 지훈인 도대체 이사람이 왜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억울함 그래서 그걸 해명해야겠다 싶어 사진을 제외하곤 첨으로 장문의 글을 올리겠지 그리고 그 글에는 지훈이 자기 얘기가 다 써져 있었음 아이돌 좋아해본적 없는 사람이고 그냥 평범한 남자 회사원이다 호시를 찍게된건 이런 마음에서고 공유하고 싶어 올린거다 이럼서.. 그 글 올리자마자 알계들 다 계폭하고 튀고 지훈이 그 글은 완전 알티타면서 지훈이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됨ㅋㅋ다들 지훈이 사진찍는걸 보고 경력 있어 보인다 생각했는데 진짜 첨이라는 거에 1차 놀라고... 지훈이가 남팬이라는거에 2차 놀람ㅋㅋㅋ 그래서 그날 실트에 호시팬이 올라도 좋겠다ㅋㅋㅋ다들 호시팬 남자였어????이러능.. 


순영인 워낙 눈팅보스라 팬 커뮤도 몰래 구경하구 그래 근데 그날 딱 메인에 오늘자 정체 드러난 호시 홈마.jpg이러면서 글이 올라와 순영인 뭐지?? 싶어서 딱 들어가는데 오늘터진 병크부터 해서 쫙 총정리본이 뜬거임ㅋㅋ 그리고 원래두 호시팬이란 계정을 알고 있던 순영인(워낙 유명하니까ㅇㅇ순영이폰에 젤 많이 저장된 직찍이 바로 호시팬..) 순영이대로 또 깜짝 놀라ㅋㅋㅋㅋ남팬도 별루 없는데 남팬 홈마라니.. 너모나 놀랐겠지ㅋㅋㅋ근데 그 글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사람이 한명 있음 바로 그 쟈근 검은 사람(ㅋㅋ) 그때 행사에서 보니 분명 카메라를 들고 있었어 그리고 팬싸에서 그랬던걸 보면 아무래도 자기팬이었던게 확실해 근데 물증은 없고 심증 밖에 없으니 그냥 혼자 추측만 하고 있는데 그 커뮤글에 첨부된 사진중에서 행사에서 순영이가 반가워했던 그 사진두 잇는거야 근데 그게 각도상 딱 그 카메라가 분명하거든 그래서 순영인 확신하게 되겠지 이 사람 그 사람이다!하고ㅋㅋㅋ 




2. TS 걸그룹 호우 


순영인 랩&댄스 담당 막 연말에 콜라보로 댄스 퍼포먼스 무대 하면은 꼭 빠지지 않고 나오구 랩 메이킹 다 혼자 하고 실력도 제법 좋아서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데 나와도 좋겠다 완전 걸크 쩌는 언니로 여덕들만이 아니라 머글 여자들도 다 조아하는ㅋㅋ또 어릴때 체육 했어서 건강미 넘치고 운동 실력도 조아서 아육대 같은 프로그램 나가면 다 쓸어모을 듯ㅋㅋ 지훈인 팀 리더인데 노래 완전 기가 막히게 잘하는.. 데뷔초에 복면가왕 나갔다가 넘 잘해서 꽤 오래 나왔는데 그걸로 팀 이름 알리고 떨어지는 날 얼굴 공개하고나서 포털사이트에 복면가왕 달빛천사가 속해있는 그룹 에잇틴(씽크빅 딸린당..)은 누구? 막 이런 식으로 기사 도배되고ㅋㅋ또 얼굴 공개하고나서 패널들이 칭찬할때 지후니가 수줍게 웃었는데 그거 움짤로 돌아다니면서 모든 커뮤마다 요새 덕후몰이중인 한 여돌.jpg 이런식으로 돌아다니고 댓글마다 ㅠㅠㅠ지후나ㅠㅠㅠ언니가 마니조아해ㅜㅜㅜㅜ이러고 다 울고 있고ㅋㅋㅋ

 

둘이 팀내에서 인지도 투탑이라 예능 같은 데 둘이 묶어거 같이 나오는데 라스에 요즘 핫한 소녀들 이런 컨셉으루 같이 나왔음 조켓다.. 수녕이 지훈이에 다른 걸그룹 두명 다 해가지고 근데 그게 딱 순영이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해서 인기 씹어먹을때라 순영이 위주로 방송 진행될 듯 근데 라스 엠씨들이 좀 그러잖아(..ㅂㄷㅂㄷ) 그래서 완전 짓궂고 그런 질문들 던지는데 순영이 특유의 센스로 오히려 역관광 시키고ㅋㅋ 그날 방송 내내 sns에서 와 진짜 오늘 또 반했다구 글 올라오고 멋있다고 그러고 ㅋㅋ 포털 기사에도 또 한번 시청자들 매력 사로 잡은 권선영(....수녕 서녕..) 이런식으루 올라오구,, 무튼 그러다 지훈이한테로 질문 넘어가는데 지훈이가 워낙 숫기 없고 약간 예능 나올때마다 꽃병풍..리액션요정.. 이런 거라(물론 더쿠들은 그런거 하나하나 나노단위로 영상만들고 귀엽다고 맨날 욺ㅠㅠㅋㅋ) 엠씨들이 완전 첨부터 무턱대고 사귀는 사람 있냐 대쉬 받아 봤냐 이런...ㅂㄷㅂㄷ..질문들 하는데 지훈이 뭐라 대답 못하고 당황해선 얼굴 빨개지고 엠씨들은 이때다 싶어서 더 하이에나마냥 달려드는데 그때 순영이가 얜 아직 연애하면 안돼요 이랬음 좋겠다 그럼 엠씨들이 뜬금없다고ㅋㅋ엄만 줄 알았다고 그러고..ㅋㅋ그날부로 순영이 별명 = 지현맘(지훈이는 지현이 헷) 됐음 조켓당..ㅋㅋ 그 커뮤 같은 데 '사이좋은 모녀사이' 하면서 둘 투샷 모음으로 올라오구 ㅋㅋㅋ

 

아 또 그런것도 보고싶다 호우가 속해있는 그룹은 섹시컨셉은 1도 한적 없고 ㄹㅂㄹㅈㅇㅈㅊㄱ 같은 느낌인데 행사뛰는날 한번 지훈이가 평소보다 좀 짧은 치마를 입게됨 그 코디가 사이즈를 잘못 준비해서ㅜㅜㅜ 진짜 넘 아슬아슬한거야 그래서 다른 멤버애들도 걱정하고 순영이 특히 이러고 어떻게 무대서냐고 계속 코디 언니한테랑 좀 너무 심하다 그러구.. 근데 지훈인 걱정되면서도 또 무대는 해야하니까.. 자기 괜찮다고 걍 올라가는데 몇몇 변태같은 앞에 앉은 남자팬들 지훈이 무대 앞에 나가서 춤추거나 할때마다 계속 치마 아래 쳐다볼라 그러고.. 휴대폰 들이밀고.... 지훈이 그 시선 뻔히 느끼니까 너무 수치스럽고 그래서 얼굴 완전 굳고... 순영이 첨엔 그런줄 몰랐는데 중반쯤 가서 그 시선 느끼고는 무대 동선중에 둘이 같이 춤추는 부분에서 너 앞에 나가지 말라고 뒤에서 계속 춤추라 그러고 순영이 앞에 나서는 파트에서 그 남자들 막 죽일듯이 노려봤으면..안그래두 인상 강한데 째려보다시피 그러니까 그 남자들 괜히 찔리고 쫄려가지고는 시선 내리깔고 무대 완전 끝나고 난 후에 순영이 완전 화난듯이 먼저 내려가서는 매니저한테 난리쳤으면 저 남자들이 그랬다 그러면서 그래서 매니저 가가지고 그 휴대폰 뺏어서 사진 다 삭제하고 완전 인실좆 시켜줬음 조켓내.. 그리구 지훈인 순영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있구 눈치보다가 ..미안..이러는데 순영이 내내 굳어있던 얼굴 풀고는 니가 뭐가 미안하냐고 저 새끼들이 변태인거지 이럼서 코디한테 다음부턴 이런 일 없게 하라고 완전 무섭게 얘기 했음 좋겠다

 

한 데뷔 3년차쯤 돼서 컴백기념 단체 라디오 나왔는데 이번 컴백이 좀 뜻깊은거였으면.. 그 멤버 중 누구 한명이 탈퇴 해가지고 좀 말이 많았었음 말도 안되는 찌라시(왕따설같은거) 돌고 물론 그 멤버는 걍 연예계에 회의 느끼고 탈퇴한거였지만..무튼 그래서 애들 되게 다 마음 고생 했는데 특히 지훈이 리더로서 많이 힘들어했을 것... 탈퇴만이 아니라 그냥 그 애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줄도 몰랐다는게 넘 미안해서ㅜㅜ혼자 있을때 자책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었음 순영인 오래전부터 지훈이랑 알고 지냈으니까(둘이 연습생 동기고 젤 오래 연습생 생활함) 지훈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뻔히 알고 있었음.. 암튼 그렇게 다사다난하게 한 7개월만에 컴백하는거였음 그날 라디오에선 탈퇴 얘기 이런건 일절 안하고 그냥 곡 소개하고 게임코너 몇개 하고 그랬는데 후반부쯤에 한마디씩 소감 남길때 순영이가 어..오늘 진짜 즐거웠고 하다가 근데 끝나기 전에 할말 있다면서 갑자기 주섬주섬 뭐 꺼내들었음 조켔다 알고보니까 지훈이 몰래 라디오 작가랑 준비한 거였는데 순영이가 지훈이한테 편지를 쓴거야 그래서 편지 읽어주는데 막 어.. 지현아 이렇게 너 앞에서 편지 읽어주려니까 되게 어색한데.. 음 작년에 그 일 있고 나서 너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잘 알고 있어 미안했겠지 죄책감도 들고.. 근데 너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막 이러면서 니 잘못 아니라고 그러면서 니가 우리 팀 리더여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지현아 내가 너 진짜 좋아하고 사랑하는거 알지 그니까 울지 말고 힘든거 있음 나한테 얘기해 언제든 들어줄 준비 되어있으니까 이럼서.... 지훈이 첨엔 얼떨떨해서 벙쪄 있었는데 순영이 니가 우리 팀 리더여서~ 이 부분부터 눈물샘 터져가지고는 마지막엥 그냥 엉엉 울다시피 울었음 좋겠다ㅜㅜ라디오라는것도 다 잊고 계속 눈물 주룩주룩.. 디제이 당황해서 지현씨가~ 감수성이 많이 풍부하신가봐요 하는데 사실 지훈인 남들 앞에서 잘 안우는 성격이었음 글고 그건 누구보다 순영이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순영이 지훈이랑 반대편쯤에 앉아있었는데 걍 그쪽으로 가서는 지훈이 꼭 안아줬음 좋겠다 그날 라디오 보이는라디오로 생방송되는거 뻔히 알면서도 글케 그냥 둘만의 세계에 빠진 호우.. 그럼 다른 멤버들이랑 디제이랑 해서 대강 라디오 마무리짓고 지훈이 추스리고나서 순영이한테 이런게 어딨냐고 반칙이라고 하면서 발개진 코끝 쿨쩍 댔으면ㅜㅜ 순영이 씩 웃으면서 지훈이 앞머리 흐트러트리구.. 




3. 시간을 달리는 소녀 호우판 (약스포주의/노잼주의) 


지훈이는 평범한 남고생이야 평화로운 집안에서 사랑받으며 자랐고 어린 남동생 한 명 있어 성적은 그냥저냥 그렇게 잘하는 것도 썩 못하지도 않는 정도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아직은 해본 적 없고 학교 끝나고 친구 순영이, 진호(그냥 가상인물이라구 생각해조ㅇㅅㅇ)랑 야구하는 게 젤 즐거운 그런 남고생. 성격은 현실 지후니 성격으로ㅇㅇ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웃음 많고 귀여운 타입 근데 남들이 귀여워~ 하는 꼴은 죽어도 못보는ㅋㅋ

 

순영이랑은 고1 학기초에 순영이가 전학온 후로 친해지게 됐는데 만난지는 얼마 안 됐지만 금방 가까워지게 됐어 진호랑은 중학교때부터 막역하던 사이고ㅇㅇ 무튼 어느날 지훈이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하게 돼 정신없이 뛰어가다가(심지어 지훈이네집은 학교랑 좀 멀어서 버스를 타야함) 신호등 신호가 바뀐거를 못보고는 그대로 길을 건너겠지. 그리고 지훈이를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 놀란 지훈이는 그대로 그자리에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고 결국엔 충돌 사고가 나고 말아 붕 뜨는 걸 느끼며 아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하던 지훈이는 갑자기 시공간이 뒤엉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깜빡 정신을 놔 그러고서 눈을 뜨는데 그날 아침, 자기가 침대에서 눈을 뜬 그 순간으로 돌아와 있는거야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자기가 꿈을 꿈 것이겠거니 하고 넘기겠지 그렇게 지훈이는 그날 아무일 없이 등교를 하고 학교까지 잘 도착해. 오전 수업은 지루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순영이랑 진호랑 장난도 치며 나름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겠지 어느새 하교할 시간이 되고 지훈인 순영이, 진호랑 같이 하교할 준비를 해 각자 양손엔 글러브, 야구공 등을 챙겨서 터벅터벅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웬 여자애가 양옆에 친구를 끼우곤 수줍은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거야 진호한테 고백하러 온거지 진호는 난감한듯 했지만 기분이 좋아보였어 지훈이랑 순영이는 눈치껏 그 자리를 먼저 피해주기로해

 

하늘로는 노을빛이 예쁘게 내려앉고 그 아래 단 둘이 걸어가는데 지훈이는 좀 복잡미묘한 생각이 드는거야 진호가 고백 받은게 질투난다거나 하진 않는데 뭔가 영원히 셋이 함께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걸 실감해버린 그런 느낌. 그래서 순영이를 향해 말을 하겠지 진호, 여자애 고백 받아줄까? / 그건 왜? / 그냥.. 그러면 우리 이제 야구도 못할 거 아냐. 복잡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지훈이를 순영인 빤히 바라보겠지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툭, 나랑 캐치볼 하면 되겠네. 난 여자애 고백 같은거 받을리 없을테니까. 지훈인 풉 웃으면서 자랑이냐? 하고 되물어 지훈이의 눈웃음 지은 얼굴을 내려다보던 순영이 그런 지훈이의 정수리로 손을 올려선 머리를 흐트리며 덧붙이겠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쬐깐아. 그 말에 발끈한 지훈이가 죽을래? 하고 나름 위협적인 표정을 지어보여. 사실 지훈인 알고 있겠지 그게 순영이 나름의 위로라는 걸.

 

진호는 결국 그 여자애의 고백을 받아주었고 이제 하교는 호우 둘이서만 하게 됐어 매일 캐치볼을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냥 하교를 하기로 한 날이었지. 우산이 순영이 몫 하나뿐이라 우산 아래 딱 붙어서 걸어가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호우. 지훈이는 자기 남동생이 얼마나 성가신지를 토로하고 그런 지훈일 귀엽다는듯 보며 중간중간 맞장구치는 순영이. 그러다가 진호 얘기를 하게 됐는데 지훈이가 진호놈은 여친 생기더니 홀랑 우리 내팽겨치고 여친이랑만 다닌다며 그런 얘길 하겠지 차여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둥 나도 애인 생기면 그럴거라는 둥 툴툴거리며 이야길 이어나가는데, 순영이가 문득 지훈아. 하고 말을 걸어오겠지 그러더니 왜? 하고 묻는 말에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고 헛기침만 하는 순영이. 그리고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고백. .. 나랑 사귈래지훈인 할말을 잃어.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으니까. 당황스러움에 뭐라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대고만 있는데, 그런 지훈이에게 익숙한 감각이 닥치겠지. 기묘한 경험을 겪었던 며칠 전 아침처럼, 시공간이 뒤엉키고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더니만 번쩍 빛이 돔과 동시에 몇 분 전, 순영이와 교문을 나서던 순간으로 돌아와 있는거야.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흘러가고, 익숙한 순간이 됐어. 이쯤에서 고백을 했으니까 지훈인 순영이가 고백을 하지 않도록 미리 막으려는 참으로 계속 쓸데없는 이야길 이어나가고 순영이가 입만 뗄라 하면 바로 그 말을 가로 막아 그런데 순영이는 수차례 지훈아, 지훈아, 하면서 결국 또 나랑 사귈래? 고백을 하겠지. 지훈인 다시 눈을 꽉 감고 이번엔 머릿속으로 되뇌어 '돌아가라 돌아가라'하고. 신기하게도 그런 지훈이 마음대로 정말 시간이 돌아가있는거야. 그렇게 결국에 지훈인 순영이가 고백을 하지 않도록 막는 데 성공해.

 

집에 돌아온 지훈이는 머릿속이 복잡해. 순영이 일도 그렇고 요새들어 자기한테 생기는 이상한 일들도 그렇고. 우선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현상에 대해 알아보려는 참으로 인터넷에 이것저것 쳐보는데 한 블로그에서 긴 글을 읽게 돼. 척 보기에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같아 보였어. 나름 전문지식들로 가득한 그 글을 심각한 얼굴로 읽어내려가던 지훈인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타임리프'라고 일컫는다는 걸 알게 돼. 하지만 글속에 써져 있는 건 도무지 지훈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어. 도대체 이게 왜 자기한테 일어나는지도 납득할 수 없었고. 하지만 지훈인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돌아가라'하고 되뇌었을 때 정말로 시간이 되돌아가있던 걸. 그렇게 조금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누운 지훈인,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순영이는 자기가 고백한 걸 기억하지 못하겠네, 라는. 그래선지 더 순영이가 신경쓰이게 되는 지훈이. 다음날부터 괜히 순영이를 피하는듯 피하지 않는듯하며 순영이랑 단 둘이 있는 순간을 안 만들려 애쓰겠지. 눈치빠른 순영인 곧바로 그걸 눈치채고. 나름 잘 지내왔는데 어느날 순영이가 3반 반장 여자애로부터 고백을 받아그 여자애가 선물을 건네주는 것까지 다 지켜본 지훈인 뭔가 이상한 기분이야. 순영이가 저 고백을 받아주면 왠지 기분이 나쁠 것만 같아. 근데 순영인 그 여자애의 고백을 받아주었고 둘은 사귀기로 했어. 그날 진호도, 순영이도 없이 홀로 하교를 한 지훈인 집에 돌아와 세수를 하다말고 분하다는 듯 자기 눈두덩이를 마구 비벼. 언젠 나더러 사귀자더니. 싶은 마음이야. 세수를 끝마친 지훈이의 눈은 벌겋게 물들어있겠지.

 

순영이는 순영이대로, 진호는 진호대로 연애사업에 정신이 없었고 지훈만 홀로 동떨어져 다른 무리 애들이랑 어울려 지냈어. 그 나이대 남자애들이 으레 그렇듯 시시덕거리며 금세 자연스럽게 그 무리의 일원이 되긴 했지만, 그 안에서는 순영이,진호에게서의 유대감을 느끼지는 못했어. 재미없는 일상은 계속되고 얼마뒤 진호는 결국 그 여자애랑 헤어져. 그리고 다시 지훈이에게로 돌아오겠지. 순영이 없이 둘이서 하교를 하는건 처음에었는데, 진호가 문득 물어봐. 너 순영이랑 싸웠어? 하고. 지훈이는 아니 왜? 하고 되물어. 진호가 아니.. 그냥. 순영이가 지훈이 너 자기한테 뭐 서운한 거 있냐고 물어보길래. 하고는 좀 머뭇거리더니, .. 순영이,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 놀란 지훈이가 ..권순영이 그래? 하고 물어보고 진호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내가 보기에 그렇다고. 하더니 아 그냥 내 말은 못 들은 셈 쳐라. 아닐 수도 있어. 라며 말끝을 흐려. 그치만 지훈인 뭔가에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야.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런가 싶어. 눈치채지 못했던 내가 바보였나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순영이한테 미안한거야. 순영인 자길 짝사랑하며 속앓이도 많이 했을테고, 힘겹게 겨우겨우 고백을 건넨 것일텐데 그걸 일순간 없는 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지훈인 뭔가 울고싶은 기분이야.

 

그렇게 고민이 시작 되겠지. 다시, 시간을 되돌리는게 맞을까. 다시 돌아가서 순영이의 고백을 받아주어야 할까. 근데 확신이 없어. 과연 자기가 순영이를 좋아하는지, 아직은 모르겠는 지훈이. (바버야..ㅜㅅㅜ)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지는거지. 순영이가 1교시가 끝나도록 학교에 오질 않은거야. 진호는 지훈이에게 순영이 뭔 일 있냐 묻고 지훈인 자기도 모르겠다 답하는데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고 그래. 무슨일 난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 지훈이.. 그러다 한 3교시쯤 원랜 영어 시간인데 갑자기 담임 쌤이 무거운 얼굴로 들어와선 순영이에게 사고가 났다는거야. 어제 혼자 자전거 타고 하교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선생님의 말에 지훈인 세상이 무너진듯한 느낌이야. 견딜수 없는 슬픔에 심지어 눈물마저 나질 않아. 그리고 지훈인 결심해. 다시 시간을 되돌려야겠노라고. 그리고 속으로 수없이 '돌아가라'를 되뇌이지. 평소완 달리 한참 전의 과거로 시간을 돌리려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 어쩐지 눈물도 찔끔 새어나와. 그럼에도 지훈이는 계속해서 시공간을 건너, 결국 그날 순영이가 고백을 하던날로 돌아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날, 하늘빛 우산을 순영이와 나눠쓰고 걸어가던 바로 그날. 지훈이는 그날 했던 그 말 그대로 같은 얘길 다른 심정으로 꺼내겠지. 순영이가 고백할 타이밍만을 기다리며. 그리고 드디어 그 순간이 왔어. 순영이가 머뭇거리며 .....나랑 사귈래? 하고 물어. 지훈이는 어쩐지 마음이 벅차와. 눈물도 자꾸만 차올라. 고갤 세차게 끄덕이는 지훈이의 두 눈에 눈물이 방울져 있음을 안 순영이 놀래서는 지훈이더러 물어. 지훈아, 울어? 하고. 지훈인 애써 울음을 삼키며 말하겠지 ..순영아. 좋아해. 널 위해, 돌아왔어. 하면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지훈일 빤히 쳐다보던 순영은, 조심스레 지훈이의 뺨을 부여잡곤 입을 맞추는걸로 대신해. 우산은 어느새 땅으로 떨어져 둘에게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 단지, 지금 이 순간 둘이 존재한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에필로그'') 그렇게 둘은 사귀게 되는데 사실 사귄다고는 하지만 딱히 이전이랑 달리진 건 없었어. 근데 딱 하나, 전에도 지훈이를 곧잘 예뻐라 하던 순영이었는데 이젠 툭하면 애정표현한다라는 거. 그리고 지훈인 원래 같았음 오그라든다며 틱틱 댔을 텐데 이젠 얼굴만 붉히고 만다는 거. 순영이야 당연히 지훈이랑 사귀게 되면서 여자애랑도 깔끔하게 헤어졌어. 근데 지훈인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무 분한 거야ㅋㅋ 자기 좋대놓고 홀랑 고백 받아준 순영이가 어이 없기도 하고 그것 땜에 눈물 찔끔 했던 게 억울하기도 하고, 무튼 그래서 순영이한테 쪽팔림 무릅쓰고 물어봐. 권순영, 너 근데 그때.. 3반 여자애 고백 왜 받아줬어? 하고. 순영이는 넘 대수롭지 않게, 걔 이름 이지훈이잖아. 이러는거야. 사실 지훈인 그 여자애 이름이 뭔지 관심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기 땜에 그때 걔 이름을 첨 알았어. 말하자면 순영인 단지 그 애 이름이 이지훈이었기 때문에 받아준 거. 순영인 사실 사귄다고 해봤자 좋아한다, 이런 얘기도 한번 해본 적 없고 그냥 하교나 같이 할 뿐 별 감흥 없었어. 근데 딱 하나 걔한테서 순영아 잘자♥♥ 이런 카톡이 올 때마다 그 이름이 '이지훈'인 게 좋았던 순영이ㅋㅋ 암튼 그렇게 지훈인 순영이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고.. 또 이런것도 보고싶네, 그 간만에 주말에 데이트를 하게 된 호우. 영화관에서 최신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오후 느즈막한 시간이 되어서 한강 둔치 주변 벤치에 앉아 지는 노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지훈이가 대뜸 타임슬립 커밍아웃하는 거ㅋㅋ(여기서 지훈인 순영이 고백을 받으러 시간을 되돌린 후로는 타임슬립을 시도해도 되지 않는 걸로) 지훈인 나름 진지하게 얘길 끝마쳤는데 지훈이 말이 끝나자마자 순영이가 푸핫 하고 웃더니 배까지 잡아가며 끅끅 웃어대는거야 지훈인 자기 말을 안 믿어주니까 짜증도 좀 나고 그래서 야 진짜라니까?? 이러는데 순영인 웃느라고 고인 눈물을 훔치며 알았어 알았어 대충 손짓만 하고 지훈인 억울해서 아씨!! 야 너 내가 안 그랬음 너 나랑 못 사귀었거든? 이런 얘길 해. 그러자 순영이가 대수롭잖게 음료수 한입 홀짝이더니만 그건 아닐걸, 니가 없는 일로 했어도 난 다시 고백했을 거니까. 이러는거 보고싶다. 지훈이 얼굴 화륵 달아오르고 순영인 마냥 웃고만 있겠지. 이렇게 알콩달콩 연애하는 호우 보고싶당.. 





* '여름' 후편 




3년이 더 넘는 시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순영과 호형호제하던 연습생 중 몇몇이 결국 연습생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관두었고, A 연습실의 데뷔반을 더 추리고 추려 ‘세븐틴’(사실 처음엔 딱히 큰 의미는 없었고 그냥 17명이란 이유로 지어진 이름이었다.)이란 이름이 새롭게 붙여지기도 했으며, 또 지훈을 대하는 순영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순영은 언젠가부터 지훈을 대하는 게 왠지 조심스러워졌다. 근데 그게 초반에 둘이 어색했을 적 순영이 일부러 거리감을 두며 지훈을 피했던 식으로 조심스럽다가 아니라, 마치 애기들이 소중한 장난감을 다루듯이 하는 그런 의미의 조심스러움이었다. 처음엔 순영 저도 자신이 그렇단 걸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자각하게 된 것은 ‘세븐틴 티비’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하고서부터였다. 사실 인터넷 생방송이라기엔 연습생들이 딱히 나서서 뭔가를 하는 건 없었고, 그냥 정해진 시간에 실시간으로 연습실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뿐이었다. 소속사에서 ‘세븐틴’의 데뷔를 본격적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순영을 비롯한 연습생들로서는 딱히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또 팬들을 모으고 하는 건 두 팔 벌려 환영이었지만 그만큼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는 기분도 지울 순 없었다. 실수로라도 욕을 했다간 그날 바로 불려가선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치만 확실히 기분이 좋은 마음이 더 크긴 했다. 연습실에 왔더니 웬 배달음식이 한 가득이길래 뭐지 싶었다.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시청자 수가 뭐 몇 명을 돌파했단다. 그걸 자축하는 의미에서 피자를 시켰다는데 순영의 A 연습실 입성을 축하하며 먹은 치킨 이후로 정말 간만에 연습실에서 먹는 배달음식이었다. 연습실을 꽉 채우는 먹음직스런 냄새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어 들어가 둥그렇게 앉아선 허겁지겁 피자를 한 조각씩 꺼내 무는 연습생들이었다. 순영 역시 그 중 한 명이었고. 오랜만의 자유시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진솔한 얘길 나누게 됐다. 우리 데뷔할 수 있을까.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넋두리는 곳곳으로 퍼져나가, 연습실의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한숨도 끊임없었다. 막 방금 전만 해도 신나서는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우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향해 고갤 처박고 있었다.

 

-야야 왜 또 우울해지고 그래.

 

승철이었다. 원랜 그냥 제일 맏형 그 정도의 위치였는데 세븐틴이란 팀 이름이 정해지고 ‘리더’라는 직책을 맡고 나니 그 뒤로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게 됐다. 승철은 실없는 농담을 이어가며 다운된 분위기를 다시 띄우려 노력했다.

 

-우리 진실게임 하자

 

그런 승철의 노력에 부응이라도 하듯, 민규가 반 장난삼아 말을 던졌다. 그 말 한 마디에 남자들끼리 무슨 진실게임이냐, 오그라든다, 재밌을 것 같은데 하자, 여러 반응들이 오가며 분위기가 나름 회복된 듯했다. 그 수많은 의견들은 결국 하는 걸로 마무리 됐다. 여전히 싫다며 고갤 젓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소수의 의견은 가뿐히 무시됐다. (물론 이런 걸 유난히 질색하는 지훈은 그 쪽이었다.) 전부 미성년자니 술병이 있을 리는 없었고 다 먹고 비운 콜라병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돌리실 게요!

 

이런 걸 할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승관의 추임새였다. 꼭 어느 TV 프로그램의 진행자 같은 승관의 능청스런 말투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순영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제 옆에 앉아 계속 이런 걸 왜 하냐는 둥, 우리가 애냐는 둥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지훈의 툴툴거리는 입술 끝이 철딱서니 없는 애 같아 웃길 뿐이었다. 가만 보면 지훈은 어른스러운 것 같다가도 이렇게 애 같은 면이 있었다. 맨날 지 혼자 철든 척은 다 하더니. 순영이 속으로 웃었다.

 

-어 순영이 형!

 

순영은 그제야 지훈에게 고정되어 있던 자신의 시선을 거두었다. 대체 얼마 동안이나 지훈을 보고 있었는지는 가늠할 틈도 없었다. 저에게로 향하는 16개의 시선을 홀로 받아내며, 순영은 자신에게로 쏟아질 질문을 겸허히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뭘 물어볼 건지 상상도 안 됐다. 여자라도 섞여있었음 좋아하는 사람 있냐, 첫사랑이 언제였냐, 이런 간지러운 물음을 던질 테지만 남자애들만 바글바글한 이곳에서 대체 나올만한 질문이 뭐 있나 하는 거였다.

 

-나나나나, 나 물어볼 거 있어.

 

석민은 양팔을 공중에 뻗기까지 하며 큰 리액션을 보였다. 쟨 또 왜 저래. 순영이 킥킥 댔다.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순영은 여유롭게 쭉 편 다리로 발장난을 치며 석민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뻔하지 뭐, 어이없는 질문일 거였다. 그럼 자신은 그 말을 되받아치면 될 것이고.

 

-형, 형은 왜 지훈이 형한테만 약해?

-어 맞아. 나도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니까, 넌 꼭 지훈이 말엔 껌뻑 죽더라.

 

석민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여러 애들의 말이 들러붙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말들의 향연에 순영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했다. 내가 지훈이한테 약하다고? 약하다는 게, 힘으로 약하다는 거면 모르겠는데(지훈은 말 그대로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몸소 보여주곤 했다.) 그게 아니라 ‘껌뻑 죽는다’의 의미라면 정말 단연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거였다. 지훈은, 기상천외했던 첫 만남을 제외하곤 저한테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제 수많은 친구 중 한 명일뿐이었다. 물론 형 동생과는 나눌 수 없는 동갑내기 특유의 유대감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애들, 이를 테면 원우와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가지고 껌뻑 죽는다고 하는 건 아닐 거고 무슨 이유가 있긴 할 텐데 순영으로서는 도대체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뭔 소리야

 

언뜻 순영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운 듯했지만 실상 순영은 무지막지하게 당황한 상태였다. 석민의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석민의 말에 공감을 하며 말들을 덧붙이는 게,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했다. 그치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다른 애들이 그렇게 느낄 만큼 제가 지훈을 유별나게 대하고 하는 건 전혀 없었다.

 

-도대체 왜?

 

순영이 재차 물었다. 근데 그런 저를 쳐다보는 애들의 시선이 정말 그걸 모르냐는 듯한 시선이라, 순영은 다시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힐끔 지훈을 쳐다보니 지훈은 늘 그랬듯 무색무취의 표정이었다. 가만있어도 눈이 째진 게, 무표정하면 자기가 얼마나 무섭게 생겼는지 모르나. 순영은 괜스레 지훈의 눈치를 보게 됐다. 혹시나 화난 건 아닐까 하고. 정작 질문에 당황한 건 자기 자신이면서.

 

-솔직히 둘이 이렇게 친해질 줄은 진짜 몰랐다

-난 첨에 둘이 서로 싫어하는 줄 알았잖아

 

분명 처음엔 진실게임으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주제가 저와 지훈의 관계로 넘어간 모양이다. 언제적 얘기를 하는지, 물론 남 일만큼 재밌는 일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순영으로선 또? 라고 묻고 싶었다. 이젠 지겨울 만도 한데 뭐 맨날 같은 얘기다. 순영은 손을 내젓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그 옆에 앉은 지훈은 역시나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콜라나 홀짝이고 있었고. 다른 애들에겐 간만에 피자를 먹었단 거 빼곤 그저 그런 하루였을지 몰라도, 순영은 그날부로.

 

다시 지훈을 의식하게 됐다. 대체 자신의 어떤 면이, 애들을 그렇게 착각하게 하나 싶어서.

 

 

 

-김민규 너 진짜 맞고 싶어?

 

지훈이 자신보다 한참 큰 민규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 민규의 명치를 치는 시늉을 했다. 아프겠네. 지훈의 주먹 힘을 뻔히 알고 있는 순영은 제가 다 민규가 된 양 미간까지 찌푸리며 고통을 공감했다.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풍경이었다. 지훈과 민규는 툭하면 저렇게 장난을 치고 했었으니까. 웬만하면 몸을 잘 쓰지 않는 지훈도 민규에게만큼은 먼저 짓궂게 장난을 거는 경우도 많았다. 근데 지훈이는 왜 김민규한테만 저럴까. 어.

 

그리고 순영은, 자신이 한참 동안이나 지훈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였다면 이런 걸 자각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시선이 어딜 향해 있는지 인식하면서 무언가를 보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물을 관망하듯 시선의 흐름을 놔뒀던 순영이었다. 문득문득 그걸 알아채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만큼 당혹스러워 할 건 없었다. 근데 순영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황급히 시선을 거두기까지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왜 놀랐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이었다. 충동적으로 고갤 돌리고서도, 저 자신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훈과 민규가 장난을 치고 있었고 자신은 그런 지훈을 보며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그뿐인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꼭 비밀을 들킨 사춘기 소년 마냥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냔 말이다. 그렇게 의식을 하고 나니, 여태의 일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가만 생각해보면 자신의 시선은 늘 지훈이 목적지였다. 무언가를 의도하고 보는 건 아니었고, 그냥, 그랬다. 별 생각 없이, 딱 그거였다. 이게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대수롭잖은 거일 수도 있는데 며칠 전의 진실게임 때문인지 자꾸만 그날의 대화를 곱씹게 됐다. 애들이 저가 지훈에게만은 약하다 했다. 도대체 뭘 보고 약하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그 말은 곧 자신이 다른 애들을 대하는 태도와 지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치만 순영 자신이 생각하기에 저는 정말이지 지훈을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동갑내기 친구. 희한할 만큼 작은(그렇게 쬐끄만 애는 처음 봤다). 무뚝뚝한데 의외로 웃음도 많고 장난치면 되받아칠 줄도 아는. 머릿속에 ‘이지훈’을 떠올려 봐도 그 단어에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문장이라곤 죄다 이 정도였다.

 

그러다 내내 숨어 있던 단어 하나가 꺼져 있던 전등불이 켜지듯 반짝, 하고 순영의 머릿속을 밝혔다. 예쁘다. 생각해보니 가끔 지훈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그 말을 몇 번 쯤 떠올렸던 것 같다. 실제로 순영은 세븐틴 티비를 찍다가 저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기도 했다. 내내 흑발이던 지훈이 금발로 물들이고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제 옆에 서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웃고 있는 지훈이, 그날따라 유난히 ‘예뻐’ 보였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지훈씨, 하고 지훈을 불러놓고는,

 

-오늘 예쁘네요

 

충동이 절반 이상이었다. 지훈이 별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여 다행이었지, 만약 지훈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거나 했다면 순영은 한창 초반에 지훈을 볼 때마다 쪽팔림을 느꼈던 그때처럼 죽고 싶단 생각을 했을지도 몰랐다. 대신에 그 순간 순영은 자신이 이전에도 이 말을 한 적이 있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만큼이나 지훈이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제 말에 반응한 탓이었다.

 

-감사합니다

 

이게, 실은 지훈이 대놓고 불쾌해해도 순영은 아무 말 못할 거였다. 꼭 성별을 나누려는 건 아니지만 대개 남자한테는 예쁘단 말을 잘 안 쓰니까. 더구나 이 나이 때 아이들은 특히나 자신이 남자라는 과잉의식에 사로잡혀 매사를 남자다운 것과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었다. 흔히 ‘마초’라 일컫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지만, 순영 역시 예외일 순 없었다. 확실히 귀엽다는 말보단 멋있단 말이 더 듣기 좋았다. 그리고 그런 순영이 보기에 지훈도 저와 마찬가지였다. 남자다움에 집착하진 않아도, 장난으로라도 저를 여자로 대하거나 하는 꼴은 못 봤다. 첫 만남 일화야 그 당시엔 한창 친하지 않았을 때니 웃어 넘겨준 거지, 지금 그랬더라면 적어도 명치 한 대는 맞았을 거라고 확신하는 순영이었다. 그래선지 그 미적지근한 반응에 되레 순영이 당황했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하면서. 그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고, 그 다음은 ‘지훈이가 예쁜가?’였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딱 봤을 때 예쁘다고 할 만한 얼굴은 아니었다. 굳이 주변에서 예쁜 얼굴을 찾자면, 정한이 형이나 지수 형이 오밀조밀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지 지훈이는 귀여운 얼굴이라고 하면 모를까 예쁘다고 할 순 없었다. 근데, 평상시엔 별 생각이 없다가도 지훈이 웃는 얼굴을 보면 문득문득 예쁘다는 말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곤 했다. 눈꼬리가 쳐졌다던가 해서 눈웃음을 특징으로 하는 얼굴도 아닌데, 희한했다. 이게 자기만 예쁘다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님 사실 지훈이 예쁜 얼굴이었던 건지, 순영은 궁금해졌다.

 

-야 너도 예쁘냐?

 

너도 예쁘냐라는 말에는 사실 너도 지훈이를 예쁘다고 생각 하냐는 말이 생략되어 있던 건데, 영문을 모르는 한솔은 그저 어리둥절했다. 이 형이 무슨 헛소리를 하나 하는 표정으로 에? 되묻는 한솔에게 순영은 그냥 고갤 저었다. 원래 물어보려 했던 걸 그대로 물어봤다간 한솔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것도 그거대로 기분이 안 좋을 것 같고, 한솔이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면 그것도 딱히 유쾌한 기분이 들 것 같진 않았다.

 

진짜, 내가 왜 이러지. 순영이 자신의 머리를 흩트리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민이 다 그렇듯 전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고민하기 시작하니 이젠 자꾸 신경이 쓰였다. 습관처럼 지훈에게 향하는 시선도 일부러 다른 데로 돌리느라 애썼고, 지훈과 대화를 할 때면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순영은 깨닫게 됐다. 대체 왜들 그렇게 자신을 보고 지훈에게 약하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지훈은 뭔가 달랐다. 지훈과는 자기가 연습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게 됐으니 햇수로 3년이나 친구였던 셈인데, 이상하게도 지훈한테는 다른 형이나 동생, 혹은 친구들한테 그러는 것처럼 막 대하질 못했다. 지훈이 유난히 자신한테 특별한 존재다?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하루 24시간을 놓고 따지자면 순영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쪽은 지훈보단 오히려 석민이나 찬, 이쪽이 더 많았다. 지훈 역시 자기보단 민규나 승철과 더 가깝게 지냈고. 그렇다고 또 지훈과 안 친한 건 아니고, 사실 다 같이 형제처럼 지내는 판에 친밀도의 차이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친하긴 친한데, 일반적으로 남자애들끼리 하는 스스럼없는 비속어를 순영은 차마 지훈에게만은 못 했다. 이를 테면 새끼야, 병신아, 같은 말들을 지훈에겐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지훈이 욕을 전혀 않는 그런 애도 아닌데.

 

요약하면 순영 저는 확실히 지훈에게만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아마도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애들이 자신이 지훈에게 약하다고 하는 건가보다고, 순영은 생각했다. 그치만 자신이 왜 지훈에게만 조심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가닥조차 잡히질 않았다. 숱한 애들과 친구가 되어봤지만 이런 식의 친구 관계는 처음이었다. 자존감이 높은 순영 성격에 먼저 굽힌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근데 지훈만은 달랐다. 누군가 지훈과 저의 관계에 굳이 갑을을 따져 자신을 보고 을이라 해도 순영은 부인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근데 그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게 이상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든 관계의 을이 되고 싶지 않을 테지만 순영은, 그 상대가 지훈이라면 기꺼이 을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순영은 도통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훈이혀어어엉

 

막 변성기를 지난 목소리가 연습실을 크게 울렸다. 아 김민규 시끄러워! 승철의 타박하는 말이 이어지고, 당연하게도 그 다음은,

 

-무거워 미친놈아!

 

지훈이었다. 지훈은 자신의 어깨 위를 무겁게 짓누르는 민규의 팔을 피하려 애쓰며 신경질을 냈고, 민규는 지훈을 뒤에서 안다시피 하는 자세로 오히려 더 치댔다. 아 진짜 무겁거든? 안 비켜? 싫은데에에. 둘의 투닥거림이 핑퐁처럼 계속됐다. 둘이 저렇게 붙어 있는 건 흔한 풍경이었다. 민규가 일방적으로 귀찮게 굴면 지훈은 짜증을 내는 식으로. 물론 그게 정말로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었고, 지훈 성격 자체가 원래 그랬다. 그런 성격이 더 장난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모르는 건지.

 

-…….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순영은 자신의 얼굴이 빳빳이 굳어져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너무 화가 나면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직접 느껴지듯 순영이 딱 그 상태였다. 표정관리가 안 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는 저 스스로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순영은 머리가 복잡했다. 요사이 이런 일련의 일들이 계속 됐다. 감정 제어를 못하는 어린아이 마냥 불쑥 지훈을 향한 알 수 없는 마음이 쏟아지다가도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다보니 지훈과의 거리가 당연하게도 멀어지고 말았다. 싸우고 난 후처럼 서먹하고 어색하고 그런 사이라기보다는 그냥 순영이 일방적으로 지훈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훈과 말을 아예 않는다던가, 지훈의 시선을 피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되도록 지훈과 단둘이 있는 시간만은 피하고 싶었다. 지훈이 가까이 있을수록 자꾸만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들곤 했으니까. 그니까 지훈이 싫고 불편한 게 아니라, 지훈과 같이 있을 때의 저 스스로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불편했다.

 

그랬는데,

 

-가위바위보!

 

한여름 날의 연습에 지쳐 가위바위보 내기를 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기로 했다. 혼자 가기엔 너무 버거우니까, 두 명을 뽑기로 했는데 저와 지훈이 같이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스크림을 사러가는 번거로움은 그다지 별 상관없는데 지훈과 함께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지금 당장 둘이 나란히 연습실을 나가는 것부터가 걱정스러웠다. 뭐 할 말도 없는데,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걸어가기엔 그게 더 불편할 것 같고, 이런 순영의 속을 모르는 지훈은 멀뚱멀뚱 문가에 서서 순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어, 어,

 

말이 저절로 더듬어졌다. 상호 간에 어색함을 느끼던 초반이라면 그냥 불편함만 느꼈을 텐데, 이번엔 저 혼자만 일방적으로 어색함을 느끼는 거니까 미안함도 더해졌다. 지훈은 전처럼 저를 편안히 느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심정은 배가 됐다. 그럼 더, 이래선 안 된단 걸 알았지만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순영 쪽에서도 마냥 답답할 뿐이었다.

 

-…….

-…….

 

확실히 여름이 오긴 했나, 장마가 일주일은 내리 이어지고 있었다. 연습실에 나뒹굴던 누구 것인지 모를 장우산을 들고 나온 순영과 지훈은 오고가는 대화 한 마디 없이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만 있었다. 연습실 바로 앞은 편의점뿐이라서, 좀 멀긴 멀더라도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엘 가야했다. 최대한 널찍이 거리를 두고 걸어가려 했지만, 같은 우산 아래서 언뜻언뜻 닿는 어깨는 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럴 적마다 순영은,

 

자꾸만 가슴이 뛰었다.

 

처음엔 그냥 어색해서, 불편해서, 또 미안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다잡으려 괜히 실없는 농담도 던져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음이 편해지질 않았다. 도리어 더 심장이 쿵쾅대며 뛰었다. 가뜩이나 건조한 입술이 연신 메말랐고, 꼭 갈증이 난 양 목이 탔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 괜히 엄한 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그니까 이건 마치.

 

사랑에 빠진 느낌이었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낯선 것만도 아니었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여자애를 볼 때마다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닿지 못한 손끝이 안달이 났다. 손잡고 싶다. 이 낯간지러움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순영은 처음으로, 지훈의 손을 쥐어보았다. 보드라운 손바닥이 순영의 혓바닥을 간지럽혔다. 제 손 마디마디로 꽉 들어차는 말랑한 손가락에, 순영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

 

지훈은 아무 반응이 없었고 순영은,

 

-좋아해

 

첫 번째 고백을 건넸다.

 

 

 

애초에 성격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떠오르는 바는 곧이곧대로 말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생각 없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말을 하지 않음으로 인한 답답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말을 툭 내뱉어놓고 후회를 하면 했지, 무튼 그런 성격 탓에 순영은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마찬가진가 보다고, 순영은 생각했다. 1년 쯤 전 우산을 나눠 쓰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던 날, 지훈의 자그마한 손이 자꾸만 순영을 재촉했다. 저가 지훈을 좋아한단 걸 깨닫게 된 그 순간 순영은 당장 제 마음을 끄집어내 지훈의 앞에 내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좋아해, 라며 무턱대고 고백을 한 거였다. 그리고 지훈은 어, 나도, 이 한 마디가 다였다. 아무래도 대수롭잖게 여긴 것이 분명했다. 그야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으니까. 그냥 지훈은 뜬금없다, 이 문장 하나로 순영의 고백을 가뿐히 넘겼을 거다.

 

그치만 순영은 그런 지훈 때문에 가슴을 아파할 만큼 여린 성격이 되지 못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지훈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공적인 일엔 예민하지만 사석에서의 지훈은 차라리 둔한 편이었다. 애가 워낙 진중해서 그랬다. 확실히 지훈은 또래 애들과는 다른 면모가 있었다. 그 작은 머리로 묵직한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랄지 그런 특성이 유달리 발달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 지훈을 5년이 다 되어가도록 곁에서 지켜봐온 순영은 지훈을 좋아하게 되면서 더, 지훈의 성격을 이해하게 됐다. 지훈에게만은 달랐던 순영의 태도에 관대함이 추가된 셈이다. 한때는 애들이 저더러 지훈을 끔찍이 여긴단 말을 납득 못했던 적도 있었다. 멍청한 얼굴로 왜? 하고 되묻기만 했었다. 그러나 요즘의 순영은 저가 지훈을 좋아한단 걸 받아들였던 그날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지훈을 다른 애들과는 달리 여긴다는 말을 가볍게 인정했다. 워낙 공공연한 사실이라 이젠 그걸 걸고 넘어 지는 애들도 없었다.

 

-지훈아 오늘 예쁘다 너

 

그만큼 순영은 더 노골적으로 제 마음을 드러냈다. 툭하면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이런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처음에 그 말을 저도 모르게 던지고서는 당황했던 게 무색하도록 이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지훈은 그때마다 응. 혹은 고마워. 라며 일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도 그러니까 순영이 그럴 때마다 다들 그냥 그러려니 했다.

 

-피곤해?

 

순영의 다정스러운 손길이 지훈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팀이 결성되고서 매년 데뷔가 코앞이란 말을 들어오긴 했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정말 데뷔가 임박해 있단 게 느껴질 정도로 회사는 분주했고 ‘세븐틴’이란 이름뿐이었던 팀은 힙합팀, 보컬팀, 퍼포먼스팀으로 보다 더 체계적으로 나뉘어졌고, 팀의 이름을 내건 인터넷 개인 방송이 시작됐으며, 몇 달 후에 한 케이블 방송에서 리얼리티를 찍을 거란 소문이 애들 사이에서 기정사실화 되어 돌았다. 그리고 거기에 비례해 지훈의 몸은 죽어났다. 언젠가부터 지훈은 작곡에 두각을 드러냈다. 어릴 적 전공한 클래식 덕인지, 지훈은 그야 말로 천재적이었다. 회사 내 프로듀서들은 다들 입을 모아 지훈의 재능을 높이 샀다. 그 후로 지훈은 다른 애들이 춤과 노래, 랩에 전념하는 동안 작곡까지 챙겨야만 했다. 회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지훈 스스로 택한 것이기도 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하니, 지훈의 작곡 실력은 하루가 무섭게 성장했고 어느새 지훈의 작곡용 노트북엔 수도 없이 많은 자작곡 파일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 과정을 보며 굳이 외부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할 필요가 없다 판단한 회사는 지훈에게 데뷔 앨범 전곡 작곡 및 프로듀싱을 맡겼다. 지훈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고, 꼭 저뿐만이 아니더라도 ‘자체 제작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내건다면 사람들에게 더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멤버들은 그런 지훈이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웠다. 특히 지훈과 비슷한 입장으로, 팀의 안무를 담당하게 된 순영은 그 마음이 더 했다. 안무를 창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퍼포먼스 팀 소속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를 착안해낼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한다면 작곡은 어떻게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홀로 작곡실에 갇혀 밤늦도록 곡 작업을 이어가는 날들이 계속되자, 지훈의 기분이 눈에 띄게 다운되어 보였다. 말수는 극도로 적어졌고, 예민함은 극도로 커졌다. 다들 먼저 나서서 몸을 사리며 지훈의 눈치를 보는 사이, 순영은 어떻게 하면 지훈의 부담감이 덜해질까 그 생각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뭘 한다 해도 지훈의 어깨 위를 차지한 부담감을 덜어줄 순 없을 거란 걸, 순영은 잘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걸 마냥 지켜봐야만 하는 것만큼 힘겨운 일도 없었다. 순영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토닥임 밖에 없었다.

 

요사이의 지훈은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야 숙소에 오곤 했다. 순영은 밤잠을 설친다는 핑계로 그때까지 컴퓨터나 휴대폰을 하며 지훈을 기다렸다. 굳이 현관문까지 나서서 왔느냐며 마중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제 침대 위에 누워 있다가 지훈이 들어오는 소리, 문이 열리고 문이 닫히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잠에 드는 순영이었다. 그래선지 아마도 지훈이 정해놓은 마지노선인 듯한, 새벽 두 시가 넘어서도 지훈이 오는 소리가 들리질 않으면 괜히 걱정이 됐다. 평소라면 적어도 10분 내엔 왔었는데, 20분이 넘도록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영이 제 휴대폰을 몇 번이나 껐다 키며 시간을 확인했다. 어쩐지 불안한 듯한 손가락이 의미 없는 움직임을 계속했다. 순영은 괜히 인터넷에 들어가 포털 기사들을 뒤적거리다, 이젠 저와 지훈이 나눈 메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울, 오늘 비]

 

메인 화면에 있는 날씨 위젯을 확인하게 됐다. 그 위에선 빗방울이 이따금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보고서 조심스레 창문가에 가 확인해보니 정말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뜻 며칠 전 뉴스 기상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어둑어둑한 새벽하늘을 배경 삼아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며, 순영은 잠시간 고민했다. 지훈이가 우산을 가져갔던가. 보통 때라면 연습실에 주인 없는 우산이 한 가득이었을 텐데, 요즘은 하도 비가 많이 내려서 남는 우산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문자를 보내볼까.

 

무턱대고 전화번호부에서 ‘지훈이’를 찾아 문자메시지를 보내려했지만 머뭇거리는 손끝이 차마 키패드를 누르지 못했다. 도대체 뭐라고 보내야할지 모르겠어서. 지훈의 번호 주위를 배회하는 손가락을 보던 순영의 머릿속으로 번뜩, 가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순영이 침대에서 제 몸을 일으켰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대충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고서 혹여나 멤버들이 깰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섰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숙소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우산을 쓴 순영의 얼굴이 어쩐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꾸만 비실비실 웃음이 났다. 꼭,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숙소에서 봤을 땐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덧 정말 비가 되어서는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접은 우산을 탈탈 털며 연습실에 들어선 순영은 거의 지훈의 독방과 다름없는, 작곡실을 향해 갔다. 역시나 불투명하게 코팅된 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괜히 손바닥을 바지춤에 한 번 슥 닦아내고선 문손잡이를 쥐어 돌리는 순영이었다. 이 문이 열리면, 지훈이 있을 터였다.

 

-…권순영?

 

인기척을 느끼고서 뒤를 돈 지훈이 의외라는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영은 어색한 미소를 내보이며, 지훈에게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겼다. 입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말들은 많은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 모든 말을 앞지르고 나선 건,

 

-그냥 잠이 안 와서.

 

뻔한 거짓말이었다. 지훈은 별 반응 없이 고갤 끄덕거리고는 다시 작업을 이어나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제 얼굴만 한 헤드셋을 끼고서 신디사이저로 무언가를 하는 지훈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던 순영이 더는 못 참겠다고, 생각했다.

 

1년도 더 전에 첫 번째 고백을 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했다. 저가 지훈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챔과 동시에 거의 충동적으로 내뱉은 고백이었다. 지훈을 향해 발딱대는 심장이 자꾸만 순영의 입술을 자극해왔고, 순영은 그 간지러움을 못 참고 제 마음을 토해낸 거였다. 그러나 제 고백은 지훈에 의해 무참히 씹혔다. 지훈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사실 그 타이밍에 제 고백을 진지하게 듣는단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때 저와 지훈은 가위바위보 내기에서 져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중이었으니까. 어쨌든 제 고백은 무시된 거나 다름없었다.

 

-지훈아

 

고요를 깬 건, 순영의 목소리였다.

 

-지훈아

 

한 차례 더 이름을 호명하니 그제야 헤드셋을 빼고 저를 쳐다보는 지훈이었다.

 

-좋아해

 

순영의 말끝에 약간의 떨림이 묻어났다. 이번은 그때처럼 무시되고 싶지 않아서 순영은,

 

-정말로… 좋아해

 

재차 제 마음을 드러냈다.

 

사랑이란 건 얼마나 무서운가. 순영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제 목소리가 참 낯설다고, 어색해 했다. 오래도록 쌓아온 저의 진심을 뭉치고 뭉쳐 지훈에게로 내던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몸서리칠 만큼 고요한 적막이 이어졌다. 순영은,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지훈이 제 진심을 알아주는 것. 그때처럼 흘러가는 말이 아니라, 그저 그런 장난이 아니라, 순영이 자신을 이렇게나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는 것, 그뿐이었다. 어쩌면 차일지도 몰랐다. 지훈이 욕이나 심한 말로 저를 상처 줄 수도 있었다. 그치만, 그 모든 건 순영의 깊고 깊은 진심 아래 일순간 보잘 것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순영은 제가 지훈을 품은 마음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건, 사랑이었으니까.

 

-난 너 안 좋아해

-…….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

 

아아, 첫 번째 실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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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정확히 5년 전이었다. 예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춤 잘 추는 애, 끼 많은 애로 손꼽히긴 했지만 반 장난으로 나간 댄스 콘테스트에서 덜컥 상을 받게 될 줄은, 그리고 그걸 계기로 기획사에서 캐스팅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 대회를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순영은 본래 꿈꿔왔던 대로 태권도 선수가 됐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처음엔 딱히 연예인이 되고 싶단 마음은 없었고 그보단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저, 지난번에 XX대회에서 명함 주셨었는데… 순영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데스크의 여직원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상냥하게 손짓을 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연예 기획사라길래 눈만 돌리면 티비 속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진짜 별거 없네. 순영은 생각했다. 괜히 왔나. 어쩐지 약간은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여기 들어가시면 돼요.

 

아무래도 연습생 전용 연습실인 듯, 불투명한 문 너머로 순영 또래의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러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여직원이 문을 엶과 동시에 춤을 추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순영에게로 향했다. 그 중 몇몇은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 새로운 연습생의 등장으로 자신의 데뷔가 또 한 걸음 멀어질까봐 그게 두려운 거겠지. 순영은 꼭 타지에서 온 전학생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권순영, 이라고 합니다.

 

지독한 정적이었다. 아무 반응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순영은 슬쩍 시선을 내리깔며 자신의 뒤통수를 헤집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심정이 영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어서, 순영은 약간쯤 씁쓸해졌다. 어쩌면 저들 중 일부는 순영이 얼마 있지 않아 나가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순영은 그런 생각이 들수록 이상하게도 괜한 오기가 일었다. 한평생 살면서 연예인, 아이돌 이런 게 되고 싶다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자신을 이토록 싫어하는 저들을 보고 있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연습생 생활을 제 발로 그만두는 순영을 보며 자기들끼리 거봐, 내 그럴 줄 알았지, 라는 말을 할 거란 건 안 봐도 뻔한 시나리오였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라도 순영은, 한 번 해봐야겠노라고 다짐했다. 자신이 과연 저들처럼 제 설 곳이 사라질까봐 하는 절박한 무서움 때문에 생판 처음 보는 이를 대놓고 싫어할 만큼, 그렇게 가수를 향한 열정이 생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안녕.

 

침묵만 감돌던 연습실을 깨트린 건 헐렁한 맨투맨을 입고서 저 구석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던 여자애였다. 짧은 머리가 언뜻 보면 남자애인가 싶기도 했지만, 새하얀 피부나 순하디 순한 눈동자가 영락없는 제 또래의 여자애였다. 여자애가 용기 있네. 의외였다. 다른 이들의 눈치가 보여서라도 반응을 보이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저 작은 애가, 그것도 여자애가 자신의 소개말에 화답할 줄은 몰랐다.

 

-응 안녕.

 

순영이 올곧이 그 여자애만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리고 그 여자애를 선두로, 나머지 애들도 하나 둘 안녕, 반갑다, 잘 지내보자, 라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 오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꽤 서열이 높나 보다. 순영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여자애 덕에 속 안으로 끓고 있던 답답함이 다소 해소됨을 느꼈다. 어쩌면 그건 고마움일지도 몰랐다.

 

 

 

순영이 이곳에 오게 된지도 어느덧 석 달 가량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순영은 난생처음으로 안무 선생님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게 되었고,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으며,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가서 고함을 지르다시피 빽빽 불렀던 걸 제외하곤 노래를 불러본 적도 없는 주제에 보컬실이라는, 이름부터 낯선 곳에서 온종일 발성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동안 그 여자애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같은 연습생이라고 함께 연습을 하는 건 아니었다. 순영처럼 갓 회사에 들어온 연습생은 B 연습실을 썼고, 그 여자애처럼 (아마도)오랫동안 회사에 적을 두고 있었던, 데뷔할 가능성이 더 높은 연습생들은 A 연습실을 썼다. 그래서 첫 만남 이후로 순영은 우연으로라도 여자애를 마주치지 못했다. 그 여자애를 짝사랑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네준 애였으니 오다가다 눈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하는 마음에서 순영은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심지어는 이름도 몰랐으니, 더 그랬다.

 

-순영아, 잠깐 이리와 봐.

 

연습생을 총괄 담당하는 형의 부름이었다. 순영은 마이크를 들고 있던 손을 내리며 형에게 답했다. 잠시만요. 그리고선 문가에 서 있는 형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일인데요? 순영의 물음에 형은,

 

-너, 연습실 옮기게 됐다.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건넸다. 그래서 순영은 어벙한 표정으로 네?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A 연습실 쓰라고. 그 말인 즉슨, 순영이 데뷔반으로 옮겨진다는 걸 의미했다. 전보다 커진 가능성에 좋아할 겨를도 없었다. 그야 말로,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여기 온지 석 달밖에 안 됐고, 딱히 그런 언질이 오고간 것도 아니었다. 사실 저 멀리서 연습하는 척 하면서 자신에게로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저들을 향한 죄책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처음엔 단지 기분 나쁜 시선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석 달 정도 함께 몸 부대껴가며 지내다보니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순영은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한평생 인생 중 처음 마주하는 간절함과 무언가를 향한 맹목적인 열정에 할 말을 잃곤 했었다. 어쩜 저렇게나, 그런 마음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건 존경심이나 경외감의 일종일지도 몰랐다. 그래선지 더 달갑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 회사에 발을 들였는지 순영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한 평생을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이곳에 들어온 저들과 자신은 비교조차 불가했다. 반 장난. 호기심. 그저 흥미. 재미. 그제야 비로소 순영은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할게요.

 

마음먹었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형에게 순영은 또 한 번 머리를 수그리며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A 연습실과 B 연습실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크게 다른 건 아니었다. 다만 확실히 A 연습실이 더 체계적이긴 했다. A 연습실엔 아예 하루 일과표가 존재했다. B 연습실의 규칙적인 듯하면서도 유동적인 스케줄과는 달리, A 연습실의 스케줄은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후로는 연습을 하거나 집을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자유시간도 없이, 그렇게 하루 종일 연습만 했다. 빽빽한 스케줄에 땀이 폭우처럼 쏟아졌고, 티셔츠는 말라 있을 날이 없었다. 그러나 순영은 그 느낌이 꼭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B 연습실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무엇보다도.

 

A 연습실엔 그 애가 있었다.

 

-안…녕.

 

대략 석 달만의 인사치고는 정말 멋대가리 없었다. 순영은, 저도 모르게 대뜸 인사를 하고나서 곧바로 후회했다. 볼품없이 떨리는 목소리와, 입술을 떼었다 붙일 때 나는 그 특유의 긴장했을 때의 건조한 소리가 순영을 부끄럽게 했다. 어색하니 어깨 옆에 머물러 있는 손바닥도 한몫 했다. 아, 쪽팔려.

 

-응.

 

순영의 복잡한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인사는 간결했다. 그리고서 자신을 그대로 스쳐지나가선 다시 연습에 열중하는 그 애의 뒷모습에, 순영은 다시 한 번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때도 느꼈지만 쟤 정말 안 웃는구나. 근데 그게 또 냉정하게 보이는 건 아니라서 희한했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지 않는데 순영은 알 수 있었다. 마음은 따뜻한 애일 거라는 것을. 어쩌면 첫 만남 이후로 순영이 간직하고 있던 무조건적인 호의의 일부일지도 몰랐지만.

 

-형,

 

누구를 부르는 거지, 설마 날 부르는 건가. 근데 저 앤 어떻게 안다고 날 부르는 거지. 순영이 멍하니 서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부름에 답을 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어 왜.

 

그 애였다. ‘형’이라는 말에 대답을 한 건.

 

 

 

-아 진짜 순영이 형!

-뭐 임마. 그러게 누가 형한테 깝치랬냐?

 

아무래도 데뷔반이라 그런지 A 연습실의 분위기는 B 연습실 보다 더 좋았다. 월말 평가 시즌을 제외하곤 그다지 긴장감이랄 것도 없었다. 다들 속앓이를 하는 건지 어쩌는 건진 몰라도, 어쨌든 순영은 그 분위기가 꼭 제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 편했다. B 연습실은 그야 말로 전쟁터였는데 이곳 A 연습실은 학교 교실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두루두루 친하게, 가끔은 장난도 치고, 때때론 싸우고 토라져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고. 제 성격엔 영 맞지 않게 무뚝뚝한 사람으로 지내왔던 B 연습실에서완 달리 A 연습실에서의 순영은 딱, 친구들 사이에서의 권순영 그 자체였다. 유쾌하고, 재치 있고, 유들유들한 것 같으면서도 쉽진 않은. 그런 순영의 친근한 성격 덕인지 순영은 금방 A 연습실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A 연습실에 오게 된지도 어느덧 한 달, 그 동안 순영은 거의 모든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 적응한 상태였다. 딱 한 명. 그 애는 빼고.

 

순영은 차마 그 애를 떳떳하게 볼 수 없었다. 멀쩡한 남자애를, 단지 순하고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애로 치부해버렸다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또 그렇게 제멋대로 착각해버린 자신이 쪽팔리기도 했다. 실은 그 마음이 더 컸다. 쪽팔려서. 진짜, 못 견딜 만큼 쪽팔려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그냥 웃으면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음 모르겠는데 그 애를 볼 때마다 자꾸만 그 애가 없던 A 연습실에서 그 애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던 저 스스로가 떠오르니까 그럴 수 없었다.

 

-뭐 할 말 있어?

 

순영이 A 연습실에 입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새로운 신입생 맞이 겸 단합 겸 해서 식사를 하게 됐다. 사실 식사라기엔 그냥 다 같이 연습실 바닥에 둘러 앉아 치킨을 시켜 먹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연습실에서의 치킨은 또 그 나름대로 새로운 맛이 있어서, 다들 불평 하나 없이 화기애애하게 치킨을 먹고 있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오직 순영만이 좌불안석이었다. 하필이면. 진짜, 하필이면이었다. 제 바로 옆자리가 그 애일 건 또 뭔가. 한창 순영이 그 애를 어색하게 여기며 다른 애들은 몰라도 그 애랑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을 때였는데. 안 그래도 작은 게 쪼그려 앉으니 더 아담해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치킨 먹는 데 열중하고 있는 그 작은 뒤통수를 보며 순영은 체할 것 같은 느낌이 뭔지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러다가. 그 애가 먼저 말을 걸어 온 것이다.

 

-어? 아…

 

순영이 박 터지는 소리를 냈다. 늘 이런 식이다. 그 애랑 있으면 순영은 어쩐지 좀 모자라졌다. 어차피 그 애는 순영이 자신을 여자애로 생각했단 걸 꿈에도 모를 터였는데, 순영 혼자 괜히 눈치를 보다보니 벌어진 일들이었다. 무튼 순영은 그 애가 무슨 할 말 있느냐고 묻기 전까지는 자신의 시선이 그 애에게도 느껴질 수 있단 걸 몰랐던 셈이다. 순영을 빤히, 정말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 애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웠다. 순영을 이상하게 본다든가 힐난한다든가 하는 시선도 아니었건만, 순영 혼자 제 발에 지려 그랬단 게 맞았다. 순영은 어떻게든 아무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너 이름이 뭐지?

 

정말 ‘아무 말’을 했다. 아니 이게, 실은 그렇게 이상한 질문은 아니긴 했다. 왜 학교에서도 학기 초에 막 새롭게 반 배정이 됐을 때 얘가 누구고 얘가 누구고 이름을 곧장 못 외우는 것처럼 갓 A 연습실에 들어온 순영 역시 딱 그 상태였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대신 그냥 눈치껏 할 일이었다. 낯간지럽게 한 명씩 악수를 주고받으며 통성명을 하는 건 순영 쪽에서도 원치 않았고, 뭐 그런 이유로 순영은 아직은 모든 애들의 이름을 알진 못했다.

 

그치만 그렇다고, 이렇게 대뜸, 치킨 날개를 먹다 말고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을 건 없었다. 순영은 저를 뚫어져라 보는 그 애의 눈동자에 또 후회를 했다. 이젠 몇 번째 후회인지 세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지훈

 

형식적인 인사를 제외하곤 사실상 첫 대화였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이뤄질 줄은 또 몰랐다. 그러면서도 순영은, 그 애의 이름을 ‘드디어’ 알게 됐구나 싶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언뜻 언뜻 연습실에서 지훈이 형! 혹은 지훈아! 하는 부름이 울려 퍼졌던 것 같기도 하고. 이지훈. 순영은 속으로만 그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순영이 여자애로 오인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어느 학교에나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정석적인 남자애 이름이었다.

 

-어, 그래. 난 권순영,

 

그냥 이름만 듣고 말자니 그게 더 웃길 것 같아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제 이름까지 내뱉고 만 순영이었다. 첫 만남에 저 혼자 연습생들 앞에서 멀뚱멀뚱 서서 자기소개까지 한 주제에. 또 쪽팔릴 짓을 하고 말았다.

 

-알아.

 

아 진짜. 그냥 죽을까.

 

지훈은 늘 그랬듯이 순영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순영의 알 수 없는 언행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그렇다고 호감을 드러내는 것도 뭣도 아니었다. 진짜 말 그대로 순영을 ‘봤다.’ 비록 순영이 지훈을 오랫동안 알아온 건 아니었지만 단편적인 면모들만 봐도 지훈이 무덤덤한 성격이란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

 

그리고 또 정적. 순영은 결국 그날 체하고 말았다.

 

 

 

도대체가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었다. 정말 사람과 사람 간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벽이 존재한다면 순영은 저와 지훈 사이엔 베를린 장벽과 견줄만한 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님 38선이라든가. 그렇다고 처음처럼 그게 못 견디겠고 그런 건 또 아니었고, 순영은 교실에서 자신과 별로 안 친한 애와 지내는 것처럼 딱 그 정도 선에서 지훈을 대했다. 지훈 역시 그런 저와 마찬가지인 듯 보였고.

 

-너 지훈이랑 어색하잖아.

 

그래선지 이런 얘기도 적잖이 들었다. 순영은 그때마다 그냥 웃어 넘겨 모면하긴 했는데 이게 너무 정곡이라 할 말이 없던 거였다. 어떻든 권순영과 이지훈이 어색한 사이란 건 A 연습실의 모든 연습생들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게 뭐 큰 거라고 쉬쉬할 건 없었고 다들 최대한 순영과 지훈 단 둘이 있을 때를 기피하긴 했다. 거기에 끼는 것만큼 숨 막히는 일도 없을 테니까. 차라리 입 밖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싸웠더라면 남자애들이 으레 그렇듯이 툭 까놓고 풀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서로를 싫어하는 건 분명 아니었다. 적어도 순영으로서는 그랬다. 순영이 지훈에게 갖는 감정은 차라리 호감에 더 가까웠다. 단지 늘 어느 한 구석에서 쪽팔림이 졸졸 따라올 뿐이었다. 그러니까, 순영이 지훈을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건 팔 할이 그 쪽팔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또 운명이 장난을 칠 줄은 몰랐지.

 

매월 진행하는 월말 평가는 그때그때 한 이주 전 쯤 주제가 공개됐다. 이를 테면 R&B, 남자 아이돌 히트곡, 힙합 등 매번 달랐다. 그리고 이번엔 ‘듀엣’이었고.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연습생답게 자기들끼리 자율적으로 팀을 꾸릴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뭐, 하는 심정으로 순영은 자신의 파트너를 확인하기 위해 벽에 구름처럼 둘러싸인 이들 틈을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는 참이었다. 머릿속으로 섬광처럼 아 이지훈만 아니면 좋겠네 하는 불안감이 스쳐지나갔고 그와 동시에 설마 그 많고 많은 애들 중에 이지훈이랑 되겠어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권순영 / 이지훈

 

벽에 나붙은 종이엔 저와 이지훈의 이름이 한 줄에 놓여 있었다. 순간 저가 잘못본 거겠지 싶어서 손가락까지 뻗어서 종이를 더듬어가며 확인해봤지만, 두 눈 씻고 봐도 권순영 옆엔 이지훈이, 이지훈 옆엔 권순영이 있었다. 꼭 누가 의도적으로 붙여놓은 것 마냥… 이라고 해봤자 이게 무작위로 정해진 거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야 권순영 너 이지훈이랑 한다.

 

확인사살, 순영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쪽에서 좋다고 얼싸안고 있는 무리를 보니 더 착잡해졌다. 아니 지금 당장만하더라도 저와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곳에서 저처럼 한참이나 종이를 쳐다보고 있는 지훈에게 다가가 같이 하게 됐다며 인사를 먼저 건넬 자신이 없었다. 양떼처럼 벽 앞에 다닥다닥 모여 있던 인파들이 어느새 자리를 떠나고, 오로지 순영과 지훈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권순영

 

누가 들어도, 의심의 여지없이, 지훈의 목소리였다. 순영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갤 돌렸고 지훈의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했다. 한때는 여자애로 착각하게까지 했던 지훈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쳐다보는 지훈은 순영의 눈앞을 깜깜하게 만들 뿐이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순영의 온 신경이 지훈에게로 곤두섰다.

 

-오늘 연습 끝나고 남아.

 

지훈이 말하는 연습이란 6시, 정규 연습 시간이 끝나는 시간일 터였다. 평상시에는 몇몇을 제외하곤 6시 넘어서까지 연습하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월말 평가를 앞두고서가 아주 난리였다. 새벽까지 연습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연습실에서 쪽잠을 자며 아예 밤을 꼴딱 새는 경우도 드물진 않았다. 그리고 순영이 아는 바로는 자신과 지훈은 후자에 속해 있었다. 하도 연습실에 딱 두 개 있는 소파를 각자 하나씩 차지해 잠을 자다보니까 형들이 저건 권순영 전용 소파고, 저건 이지훈 전용 소파라며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었다.

 

-나가서 뭐 좀 먹으면서 얘기하게.

 

당연히, 연습실에서 회의를 할 줄 알았다. 그럼 주위에 다른 애들도 있을 거니까(물론 저마다 제 할 일 하기 바쁘긴 하겠지만) 어색함이 좀 덜해질 거라 생각하고 그걸로 위안 삼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가자 할 줄은 몰랐다. 그럼 지훈과 자기가 마주보고 앉아 뭘 먹어야 한다는 건데, 지난 번 치킨 먹을 적에 옆에 앉은 것만으로도 체할 것 같았건만 오늘은 대체 얼마큼이나 불편할지 상상만 해도 죽을 만큼 싫었다.

 

-연습실은 시끄러우니깐.

 

그러고서 또 덧붙이는 말에, 순영은 ‘왜 그냥 연습실에서 하자’라고 하려던 말을 꾹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 시끄럽단 애한테 부득부득 억지를 부려 연습실에서 하자고 하기엔 순영이 너무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훈의 말이 맞기도 했고. 월말 평가를 할 때면 아무리 서로에게 피해 안 가게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방해가 됐다. 아무래도 오디오가 섞이니까. 그렇다 보니 월말 평가를 일컬어 집중력 싸움이라 칭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의 일방적인 통보를 하다시피 말을 툭 내뱉곤 유유히 그 자리를 뜨는 지훈이었다. 순영은 혼자 남아 제발 월말 평가 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기만을 바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조용히, 평화롭게 앞으로 남은 2주를 보내게 해달라고.

 

 

 

연습이 끝나기만을 바란 적은 있어도, 이토록 연습이 끝나지 않기만을 바란 적은 또 없었다. 순영은 기어코 오고 만 운명의 시간에 체념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 이김에 친해져보지 뭐, 라고 생각해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단 걸 순영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

-…….

 

지훈이나 저나 돈 없는 중학생이다 보니 결국 오게 된 곳은 연습실 근처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내부에 나 있는 일자형 테이블에 딱 붙어 앉아 컵라면이 익기만을 기다리며 창문 밖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순영은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지 싶었다. 돌이켜보면 도망치는 건 늘 자신이었다. 지훈이 옆에 올라 치면 화들짝 놀라 자리를 비웠던 것도 저였고, 다른 애들이 장난치고 있음 꼭 사이에 껴서 한 마디씩 던지곤 하던 저였건만 지훈이 있을 때면 못 본 척 지나가곤 했었다. 순영은 어쩌면 자기 때문에 지훈과 자신이 이렇게 어색한 사이로 남아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됐다. 대체 그 쪽팔림이 뭐라고. 다른 건 다 대수롭잖게 넘기면서 그거에 혼자 민감해 하는 것도 저답지 않다고, 새삼 느꼈다.

 

-이지훈…아.

 

이 요상한 호칭은 또 뭐람. 이지훈, 이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해 보였고 지훈아, 라고 부르자니 또 낯부끄러워서 이지훈 이름 석 자 내뱉고 나서 다급하게 ‘아’자를 붙인 거였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그 부름에 순영은 들릴 듯 말 듯 헛웃음을 터트리고는 저를 향해 고갤 돌린 지훈에게 말을 건넸다. 사실 입을 떼기 직전까지도 수 십 번은 고민했는데, 할까 말까, 아무래도 하는 게 더 낫다 싶어서, 근데 한 번 더 생각해보니까 좀 많이 오그라드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친구하자.

 

……아무래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불쾌한 건가? 어이없겠지. 이게 무슨 유치원생 화법이야. ‘친구하자’라니, 누가 요새 이런 말을 하고 친구를 한다고. 만약 지훈이 여자애였더라면 영락없는 작업 멘트였을 거였다. 그치만, 순영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지훈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더는 이 지긋지긋한 어색함도 못 참겠고, 저가 첫 만남부터 속으로 앓아왔던 그 쪽팔림을 입 밖으로 내어 그냥 한 바탕 웃어넘기며 훌훌 털어내려 했다. 근데 저를 쳐다보는 지훈의 얼굴은, 더 이상 후회할 여유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순영이 백번 천 번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 봤다.

 

-풉.

 

지훈이 웃는 걸. 저랑 비슷한 쌍꺼풀 없는 눈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순영은 처음 봤다. 얇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양새가 저러다 눈매랑 만나진 않을까 하는 괜한 생각을 들게 했다. 사실, 저를 볼 때만 무표정 했다 뿐이지 지훈이 아예 안 웃고 뭐 그런 냉혈한은 아니었다. 지훈이 유난히 친한 동생과 함께 투닥 대다 연습실이 크게 울려 퍼질 만큼 큰 소리로 웃는 걸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그 미소의 방향이 저를 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순영은 지훈과 제대로 된 대화도 몇 번 나누지 않았으니까.

 

-너 진짜 웃긴다.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심지어는 저의 어깨를 툭 밀치며 더 크게 웃기까지 한다. 쬐끄만 주제에 주먹 힘은 또 어찌나 센 지 잠깐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 팔뚝께가 얼얼했다. 뭐지 지금 이 상황. 순영은 상황 판단이 더뎠다.

 

-그래 하자, 친구.

 

지훈이 저를 향해 손을 내밀 때가 다 돼서야 제정신을 차린 순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벙 쪄 있는 얼굴로 지훈의 손을 맞잡으며 순영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혹여나 저가 보고 있는 이 상황이 꿈은 아닐까 해서. 지난 몇 달 간 봐온 지훈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지훈은 하루아침에 아니 하루아침도 아니다 단 몇 분 안에 생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살갑게 대하는 것부터가 적응이 안 됐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던가, 순영은 금세 지훈의 본래 성격(인지 새로운 성격인지)에 적응을 해서는 언제 지훈과 어색했냐는 듯 다른 제 친구들에게 하는 것처럼 욕도 섞어가고 가끔은 툭툭 치기도 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껏 신이 나서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길 하고 있는 순영의 모습은, 마치 이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처럼 보였다.

 

-나 사실 너 첨 봤을 때 여자앤 줄 알았다.

-뭐?

-아니 워낙 하얗고 작고… 무튼 여자앤 줄 알았어.

 

지훈의 얼굴이 굳은 걸 보고 순영은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지훈과 자신은 어색한 사이였단 걸 상기해냈다. 미쳤어. 왜 그런 얘길 했지?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부른 참사였다. 사실, 그 누가 여자애로 알았단 말을 기분 좋게 듣겠는가. 게다가 순영이 봐온 지훈은 제법 아니 실은 매우 남자다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모든 연습생들이, 심지어는 형들마저 지훈의 말 한마디면 껌뻑 죽으니 그 성격이 얼마난지는 알만 했다.

 

-미쳤냐 진짜.

 

그러한 걱정이 기우였단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지훈의 눈꼬리가 휘어지며 순영이 보고 놀랐던 그 광경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졌다. 한껏 올라가는 입매와 그와 반대로 한껏 내려가는 입꼬리. 진짜 저러다가 딱 붙는 거 아냐.

 

-아 근데 좀 못생긴 여자애

 

한시름 놓은 순영의 장난기 서린 말에 지훈이 또 한 번 그 작지만 매운 주먹으로 순영의 팔뚝을 가격했다. 야 그래도 너 보단 내가 낫지. 라는 말도 빼먹지 않고. 몇 달 간 순영을 삽질하게 만들었던 원인이 장난으로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순영은 새삼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음을 인정했다. 말 한마디로 금방 풀릴 일을, 무슨 이유에선지 상황을 회피하며 도망 다니기 급급했던 저는 순영 자신이 봐도 참 한심했다.

 

-야 그리고 나 안 작거든?

 

지훈의 발끈하는 말을 뒤로하고 순영이 못 들은 척 삼각 김밥을 한 움큼 베어 먹었다. 아니거든 이 난쟁이 똥자루야. 기어코 지훈에게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순영이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맞아.

-뭔가 이상해.

 

한참 지훈과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웬 시선이 느껴지길래 고갤 들어보니 어느 틈에 온 석민과 승관이 자신들을 수상쩍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왜 뭐가. 대꾸를 하는 순영의 목소리가 퉁명스럽다. 지훈은 그마저도 없이 암말 않고 노래 감상에 열중이었다.

 

-형 원래 지훈이 형이랑 안 친했잖아요.

-맞아맞아.

-어색했으면서.

 

말문을 튼 건 승관이었고, 그 옆에서 촐랑대며 고갤 끄덕이는 건 석민이었다. 아닌데. 순영이 그런 승관의 이마를 검지로 툭툭 치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씨 이마 건들지 말라고오! 라고 외치는 승관의 목소리가 불만으로 그득하다. 싫은데에. 순영의 말에 잔뜩 약이 오른 승관이 아랫입술을 앙 깨문다.

 

-권순영이 먼저 친구하자고 했어.

 

그 소란 틈바구니 속으로 툭, 떨어지는 지훈의 말 한 마디. 내막을 모르는 석민과 승관은 엥? 하며 고갤 갸웃댈 뿐이었지만, 순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그때 그 쪽팔림이 되살아나며 귓불을 붉혔다.

 

-야 근데 그거 아냐? 권순영이 나 첨 봤을 때……

 

순영의 손이 지훈의 입술을 다급하게 틀어막았다. 안 그래도 저를 우습게 보는 동생 둘인데 거기에다 그 일화까지 먹이로 던져줬다간 둘의 난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지훈아 미쳤어? 순영이 나름 협박을 한답시고 지훈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아 진짜 하지 마. 애원까지 해봤지만.

 

-뭔데 뭔데?

-……여자앤 줄 알았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석민과 승관에게, 제 품을 빠져나간 지훈이 기어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아니, 편의점에서 진작 느꼈지만 쪼끄만 게 뭔 놈의 힘이 그렇게 센 지 얼얼한 팔을 주무르며 지훈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순영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뭐?

 

이어지는 웃음소리. 얼굴이 구겨지도록 웃으면서 저에게 삿대질을 하는 두 동생들을 보며 순영은 머리가 아찔해왔다. 그리고 아마도 그 다음 단계는.

 

-순영이 형이! 지훈이 형 처음 봤을 때 여자앤 줄 알았대!!!

 

짜증날 만큼 우렁찬 목소리였다. 그 시끄러웠던 연습실을 단번에 잠재울 정도로. 모든 애들의 시선이 순영에게로 쏠렸다. 뭐? 진짜? 와 대박이다 이어지는 감탄사(인지 아님 그냥 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에 순영은 딱,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저의 홧홧하니 불타올라 있는 얼굴을 쳐다보며 지훈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이지훈 무서운 애네. 순영은 앞으론 절대 지훈에게 훗날 놀림감이 될지도 모를 말들을 절대, 절대 안 하기로 다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영은 지훈을 귀엽고 순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남 괴롭히는 데 취미 있는 애, 쬐끄마한 덩치랑은 안 어울리게 의외로 힘 겁나 센 애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해 그 여름까지만 해도 순영에게 지훈은 딱 그 정도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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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장마  (3) 2016.07.20

홍솔 썰 



미알못..이지만 홍솔은 역시 아메리칸즈가 젤 잘 어울리기 땜에 

미국 고딩 홍솔로 이런 게 보고 싶어졌다 




1. 

최한솔은 미국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살다가 한국에 옴 아 여기서 한솔이 현실반영해서 혼혈인 걸로. 그래서 한국에 와서 언어땜에 적응 안되고 그런 건 없었음. 미국서도 한국어50+영어50 이렇게 썼기 땜에.. 근데 사실 한솔이 부모님은 두분다 사업을 하셔서 1년 365일 늘 바쁘심 미국에 가게 된 이유도 사업차 간 거였고.. 게다가 한솔이는 계획에 없던 아이였음 애초에 결혼 자체를 서로 미친듯이 사랑해서 한 것도 아니구 왜 막 들마 보면 집안 대 집안으로 결혼하고 뭐 그런 거ㅇㅇ 그래서 한솔이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어려서부터 외로움에 익숙한 상태였으면 좋겠다 텅빈 집(넓기는 또 더럽게 넓은)에서 혼자 노는 게 당연한 것..ㅠㅠ 아주 어릴 때는 그게 '외로움'이란 감정인지도 모르구 그냥 아 엄마 아빠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랬는데 점점 커가면서 뼈저리게 외로움을 느끼는 거임 그런데다가 10년을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와보니 학교 애들은 용케 한솔이가 미국살다 온 애란걸 줏어 듣고는 한솔이를 신기하다는 듯 동물원 원숭이 보는 마냥 쳐다보구.. 또 한솔이는 미국에서 항상 혼자 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누군가와 친해지고 관계를 갖는다는 게 너무나 어려울 것 같다ㅠㅠ 이런저런 이유로 초등학생 한솔이는 애들이랑 잘 못 어울리고 겉도는 애겠지...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와 사춘기를 겪으면서 완전히 삐뚤어지는 한솔이... 한솔이의 반반한 외모에 질나쁜 애들이 꼬여들기 시작하고 한솔이는 뭣도 모르고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술담배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겠지 여자도 만나고 그러면서 적어도 얘네들이랑 있을때는 외롭지 않으니까 점점 더 나쁜 길로 빠져드는 거 보고싶다 가끔 학교폭력에 휘말리기도 하고 아 아님 이런 것도 좋겠다 부모의 사랑이 고팠던 한솔이는 막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기 시작했을 무렵 이러면 엄마아빠가 관심을 주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던거 근데 바빴던 엄마아빠는 학교에서 학교폭력건으로 학교에서 연락이 와도 달랑 계좌로 돈만 보내주고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거.. 그런 부모님의 모습에 한솔이는 더 엇나가기 시작하고ㅠㅠ 무튼 그렇게 중학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당연히 한솔이는 인문계는 꿈도 못꾸고 집근처 실업계로 가게됐음) 저녁식사를 하다말고 엄마가 대뜸 고등학교 미국으로 가라고 했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그날은 한솔이 생일을 바로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었고.. 1년에 몇 번 없는 모처럼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날인데 엄마가 그런말을 하니까 한솔이는 어이가 없어짐 그리구 좀 화도 남 그래서 바로 싫다고 하는데 이미 유학 수속을 밟은 상태였으면 그 자리에서 내내 말이 없던 아빠마저 한국에서 이따위로 살바엔 차라리 미국가서 영어나 배우라고 한 마디 했으면 좋겠다 거기에 완전히 상처를 받아버린 한솔이ㅠㅠ 그래서 차마 입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속으로 그래 정 원하면 내가 가줄게 이런 생각 할 듯.. 



2.

그렇게 7년만에 다시 미국땅을 밟은 한솔이.. 첨엔 오랜만에 듣는 영어가 영 적응이 안 됐는데 좀 지내다보니 또 잘 적응해서 영어하고 하겠지 학교 근처에서 엄마아빠가 얻어놓은 자취집 찾아가서 짐도 안 풀고 진짜 딱 집만 확인하고는 바로 집주변을 배회하는거 보고싶다 음 시간대는 한 밤 10시?11시? 뭐 그쯤으로 해서 밤늦은 시각이었으면.. 무튼 그렇다보니까 한솔이네 집 근처 뒷골목엔 질 나쁜 애들이 싹 깔려있었는데 한솔이 걔네들 보자마자 오랜 친구사이인 양 다가가서 인사건넸으면 그리구 그날 바로 친해지는거 보고싶다 그 중 한 여자애도 자취하는 애 있었는데 걔네 집 가서 첨으로 마약도 해보고 했으면... 진짜 말그대로 엉망진창 노는 한솔이 보고싶다 그 자취하는 여자애랑 하룻밤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담날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옆에 옷 다 벗은채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여자애 흘끗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 챙겨입고 나서는 한솔이ㅠㅠ 지난밤 그렇게 망가지도록 놀긴 했지만 위에서 말했듯 한솔이는 이게 다 맘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외로움 때문인 것... 그래서 이른 새벽에 집에 돌아와 텅빈 침대에 혼자 뻗어 누워서 눈물 한줄기 흘리는 한솔이ㅠㅠ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한솔이가 학교를 가야할 날=입학식 날이 다가왔음 학교는 신입생들로 소란스러웠고 그 시끄러움 틈 속에서 인상찌푸리고 귀 틀어막으며 자기가 서야할 자리 찾아 서는 한솔이 보고싶다 한솔이 주변에는 죄다 키가 멀대같이 큰 미국인 남자애들 뿐이었고... 한솔이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뿐임 그러다가 학생회장이 나와서 신입생 환영 축사? 뭐 그런걸 하는데 멀리서봐도 딱 한국인처럼 생긴애가 걸어나오는거임 왜 서양사람들은 한국인/일본인/중국인 구별 못한다고 하지만 자기들끼린 다 구분하는 것처럼 한솔이도 딱 보자마자 한국인인걸 알아챔 거기에 흥미가 돋은 한솔이는 내내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그 학생회장 말만은 열심히 들음 내용은 뭐 뻔했지만.. ㅁㅁ학교에 온 걸 환영하고~ 3년 간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고~ 그러다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조슈아 홍이었다고 딱 했으면.. 그리구 한솔이는 얼굴을 잘 안보였지만 그 이름만큼은 똑똑히 듣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입학식 끝나고 집 돌아가서도 간혹 조슈아... 하고 중얼거리는 것도 좋겠네 



3. 

한솔이가 간 고등학교는 나름 학군이 좋은(미국에도 학군 그런거 있나? 음 모르겠내...ㅋ 걍 있다고 치자^^) 학교라서 한솔이가 어울릴만한 애들=양애취는 없었음 그래서 한솔이는 자연스럽게 학교내에서 약간 아웃사이더.. 식으루 겉돌고 그랬으면 뭐 한솔이가 한국인인 것도 한 몫했고ㅇㅇ 어차피 공부하려고 여기 유학온 것도 아니고 집에서 내쫓기다시피 온건데 한솔이 입장에서도 딱히 공부 해야겠다 이런 것도 없어서 수업시간에두 한솔이는 늘 잠만 잘 것 같다 아님 아예 학교를 째고 그 뒷골목에서 만난 걔네들이랑 어울려 놀던가 그러겠지 모.. 무튼 재미없게 학교생활을 하면서두 한솔이는 늘 조슈아라는 이름을 마음에 담고 있었음 그 축사가 막 인상깊고 한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음 첨엔 그냥 같은 한국인이라서 동질감 땜에 그런 건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무튼 한솔인 조슈아란 사람이 궁금했음(아 슈아는 한솔이보다 한살 많아서 학교 내에서도 딱히 마주칠 일이 없음) 그러던 어느날 한 4월?5월 쯤 돼서 학교에서 클럽 가입하라구 신입생들한테 공지가 내려옴 한솔이는 뭔 클럽이냐고 좆까 이랬는데 클럽 가입 안하면 퇴학이라 그래서 어쩔수 없이 걍 아무거나 써서 낼 생각으로 교실에 놓인 클럽 홍보책자? 뭐 그런걸 찾아 읽음 거기엔 짧막한 클럽 소개랑 클럽장이 써져 있었는데 암 생각없이 읽어내려가다가 club manager : JOSHUA HONG 라고 써진 걸 발견한 것.. 그리구 한솔이는 그게 뭔 동아리인지 생각도 않고 무작정 신청서를 써서 내겠지 



4. 

슈아는 재미교포고 한국어는 아예 할 줄 모름.. 그리고 완전 딱 모범생의 전형이라서 공부도 늘상 장학금 탈 정도로 잘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보니 전교회장까지 하게 됐고 사실 슈아네 학교에서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 있음 그래서 1학년때 슈아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깔봤던 애들도 몇 있었음 근데 슈아가 워낙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뭐 빠지는게 없으니 지금은 다들 슈아를 좋아하고 따를 것 같다 그런 슈아에겐 고상한 취미 생활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기타'임ㅋㅋㅋㅋ  어릴적 우연한 계기로 기타를 접하게 된 뒤로 슈아는 그 뒤로도 취미로 기타를 쳐왔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어쩌다보니(?) 기타 연주 동아리장까지 맡게됨 근데 사실 이 동아리는 좀 인기가 없는...ㅎ 그런 동아리임 사실 그것도 그럴게 보통 애들은 스포츠쪽이나 아님 자기 진로에 맞게 토론 관련 동아리 같은 데를 많이 들테니까ㅇㅇ 그치만 몇몇 슈아 얼빠인 여자애들이 제법 있어서 신청서 낸 애들이 아주 적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신청서를 하나하나 읽어보던 슈아는 대부분이 여자애다보니 아무래두 남자애들이면 더 눈길이 가고 하는게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자기랑 같은 한국인=VERNON CHOI이 있어 어? 하고 눈여겨 볼 것 같다 게다가 되게 화려하게 생긴 얼굴이라 사진만 딱 한번 본 건데도 못 잊었으면..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동아리 면접을 보는 날이 왔음(누누이 말하지만 전 미알못임니다... 실제로 미국고등학교에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걍 그렇다 치는걸로^^) 사실 슈아네 기타 동아리는 면접이 구술면접은 진짜 간단히 하고 기타를 얼마나 치나 레벨 테스트를함ㅇㅇ 사실 그럴만한 동아리는 아니지만.. 슈아네 학교 규정이 그럼 기악 연주 관련 동아리는 무조건 레벨 테스트를 해야함 무튼 그래서 지원자들은 무조건 기타를 지참해야하는데 한솔이는 그걸 몰랐던 것..... 아님 당일날에야 기타 동아리라는걸 알아도 좋겠다ㅋㅋㅋㅋㅋ 조슈아 홍 이름만 보고 무턱대고 신청서를 써낸거라 뭔 동아리였는지는 아예 몰랐던 한솔이.. 그래서 그날 당일 다들 기타를 들고 있는걸 보고 의아하게 여긴 한솔이가 지 앞에 긴장된 모습이 역력해 서 있는 왜소한 남자애에게 이거 무슨 동아리냐고 묻고 그 남자애는 좀 어이없어 하면서 guitar... 라고 하겠지 근데 한솔이 알고보니 어릴때 기타를 쳐본 적 있었어도 좋겠다 아주 애기땐 아니고 초등학교때 학교 동아리가 기타 동아리였음 초등시절 한솔이는 지금처럼 막 나가는 애는 아니었구 그냥 조용하고 말수없고 그런 애였는데 기타 연주가 너무나 즐거웠던 것 그래서 난생 부모님한테 뭐 사달라 이런 얘기 해본적이 없는데 그때 첨으로 기타 사달라고 해봤으면.. 물론 그것도 중학교 올라가면서는 집에 걍 방치플 해놨지만ㅇㅇ 무튼 그런 한솔이 빈손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으니까 슈아 스윗하게 웃음서 자기 기타 건네줘라ㅠㅠ 그렇게 레벨 테스트를 하게 된 한솔이 진짜 오랜만에 기타를 잡아보는거라 어릴적 기억을 더듬더듬 되살려 레벨테스트에 임하겠지.... 사실 누가들어도 되게 형편없는 실력이었음 그것도 그럴게 초등학교 졸업 이후 기타를 잡아본적 없기도 했지만 초딩이 배운게 뭐 얼마나 대단한 거였겠음ㅋㅋㅋㅋ 그냥 코드 몇 개나 잡고 줄이나 퉁길 줄 알았겠지 그래서 다른 지원자들은 한솔이가 당연히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며칠뒤 공고난 걸 보니까 떡하니 붙은 것... 사실 한솔이 스스로도 좀 당황스러웠음 자기두 붙을 거라곤 생각을 안했고 동아리활동에 욕심도 없었기 땜에ㅇㅇ 진짜 순전히 조슈아 홍이란 사람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궁금증에 신청서를 낸 거였음 한솔이가 동아리에 붙을 수 있던 건 순전히 슈아 덕이었음 슈아도 분명 한솔이의 실력이 형편 없단걸 알고 있었지만 뭐랄까... 되게 기타를 아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음 기타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그런건 아니었지만 저 애의 눈동자가 분명히 말하고 있었음 자기에게 기타는 되게 소중한 거라고.. 그래서 슈아는 한솔이를 붙이기로 마음 먹은 것ㅇㅇ



5. 

슈아네 학교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학교 일과가 끝나면 클럽 활동을 함 그리구 첨으로 클럽 활동 모이는날 한솔이는 되게 어색하게 클럽룸에 들어옴 그도 그럴게 위에서 말했듯 한솔이는 자기가 붙을거라곤 생각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그래서 무슨 혼자 동떨어진 양 저 멀리 앉아 있었음 한솔이 외에 이번 신입 회원으로 들어온 애들은 레벨테스트 날 한솔이 앞에서 바짝 긴장해 있던 마른 남자애와 몇몇 여자애들 그리고 우락부락하게 덩치큰 남자애 이렇게 밖에 없었음 한솔이는 머릿속으로 아... 괜히 들어왔나... 하고 후회하고 있었고 그때 슈아가 늦어서 미안하다고 웃으면서 들어옴 그리고는 저기 혼자 앉아 있는 한솔이에게 왤케 멀리 있냐고 여기 가까이로 오라고 자기 옆자리로 손짓하겠지 그럼 한솔이 어색하게 그 옆으로가 앉고 말 꺼내기 전에 슈아가 엄... 하면서 생각하다가 붤는 하고 이름 부르는 것도 좋겠다ㅠㅠ 암튼 그렇게 본격적으로 클럽 활동이 시작됨 기타 연주 동아리는 말그대로 기타 연주를 하는 동아리였는데 학년말 프롬 파티(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게 있다고 하네요.....)에서의 연주곡 3곡을 선보이는걸 목표로하기 땜에 첫만남부터 걍 돌아가면서 hello i'm 블라블라 인사만 하고 바로 연습에 돌입함 물론 기타 알려주는 센세도 따로 있음ㅇㅇ 뭐 이름은 대충 데이비드라고 하자 데이비드가 앞에서 코드 알려주고 뭐하고 하면은 학생들이 그거 보고 따라치는 식으로 연습을 진행하는데 이건 다 학생들이 기타를 능숙하게 칠 줄 안다는 전제 하고요.... 한솔이는 코드라곤 C코드 밖에 모르고요..... 그래서 계속 삐긋삐긋했으면 좋겠다 그때쯤 또 속으로 아 진짜 괜히 들어왔나 했으면ㅋㅋㅋㅋㅋ 계속 그러니까 옆에 있던 슈아 손들고 데이빗 하고 부르더니 이 친구는 아직 기타가 서툴러서 자기가 1대1로 가르쳐주는게 좋겠다고 했으면 슈아야 워낙 기타 실력이 출중하니까 데이빗 단번에 오브콜스~ 하고 슈아랑 한솔이 클럽룸은 방해되니까 다른 데 조용한 곳 가서 슈아가 한솔이 기타 알려줬으면 좋겠다ㅎㅎ 그러면서 몇 번 손이 부딪히고..... 슈아 그럴 때마다 쏘 스윗하게 웃어줬으면.... 



6. 

클럽 활동 때마다 맨날 1대1로 연습하다보니 어느샌가 가까워진 홍솔... 나름 장난도 치구 했으면 그리고 한솔이는 슈아와 친해지게 된 후로 점점 변하겠지 그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지도 않고 성격도 나름 밝아져서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생기고 무엇보다 밤에 침대에 혼자 누워있으면 늘 우울하기만 했었는데 이젠 기타+슈아 생각에 실실 웃기도 했으면.. 슈아한테 칭찬 받고 싶어서 주말에 몇 번 혼자 연습도 하고ㅋㅋ 그러던 어느날 한솔이네 집 가게 된 슈아 보고싶다 사실 말로는 기타연습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은 걍 놀러가는거ㅋㅋㅋㅋ 슈아네 집도 딱히 못사는 편은 아닌데 슈아 분명 한솔이 자취한다고 들었는데 고작 열일곱 남자애가 살기엔 터무니없이 큰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놀랐음 좋겠다 그리구 속으로 이런집에서 혼자 살면 되게 외롭겠다.. 라고 생각하겠지 사실 슈아 한솔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한솔이가 직접 말해준적은 없지만 한솔이에게 상처가 되게 많단걸 눈치챘을 것 같다 그래서 더 한솔이에게 마음이 가고 할 듯.. 무튼 한솔이가 대충 먹을거 냉장고에서 꺼내오는 동안 슈아 혼자 집구경 하고 있었는데 거실 쇼파 어딘가에 놓여진 대1마초 발견했으면 슈아 그거 보고 너무 놀라서 그자리에 멈춰 서 있고 부엌에서 쿠키 가져온 한솔이가 조슈아 뭐해? 하면서 툭 치는데 슈아 시선을 따라가보니 대1마초가 있는 것.... 슈아 한솔이한테 너 대1마초 해? 라고 묻고 한솔이 당황해서 아 아니라고 손사래 치고.. 둘 사이 어색한 침묵만 감돌것 같다 그럼 한솔이 더듬더듬 자기 과거 얘기부터 하기 시작하겠지 어릴적부터 집에 혼자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한국에 있을때 어떻게 살았는지, 자기가 늘 병처럼 앓아왔던 외로움.. 뭐 이런 것들. 그리구 한솔이 눈물 살짝 고여서 고개 푹 숙여라.... 그럼 슈아 아무말 없이 듣고 있다가 손등으로 닦아주겠지. 이젠 슈아가 한솔이를 처음 봤을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니가 기타치는 거 보고 난 니가 기타를 정말 소중하게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니 형편없는 실력에도 너를 붙였지.<이 대목에서 픽 웃는 홍솔.. 그 한 마디 하고는 몇 초간 말이 없다가 대뜸 AND.... 하더니 조심스레 입 맞추는 슈아 보고싶다. 그냥 입만 대고 있는건 아니고 키스랍시고 하긴 하는데 되게 서툰... 그런 키스. 그리구 슈아 짙은 쌍꺼풀 떠보이면서 바로 코앞에 있는 한솔이에게 지금은 니가 내게 이런 의미야. 라고 했으면ㅠㅠ 한솔이는 완전 당황해서 벙쪄 있고 그럼 슈아 씩 웃으면서 그럼 내일보자. 이러고 갔음 좋겠네ㅠㅠㅠㅠ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도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는 한솔이.. 한솔이 심장 완전 쿵쾅쿵쾅 미친듯이 뛰고 한국 말로(원래 혼잣말은 한국말로 했었음) 아... 나 저 형 좋아하나...? 하는 거 보고싶다 한솔이 마음속으로 넌 여자 좋아하잖아!!! 근데 여자보다 이쁘잖아 저 형!!! 야 그래두!!! 이럼서 내적 혼란 겪는 것ㅋㅋㅋㅋㅋ 그러다 결국 그래.. 여자보다 이쁘잖아... 이 쪽으로 기울었으면 좋겠다 그 다음날 또 클럽활동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늘 그랬듯 단 둘이 연습을 하는데 시작하기 전에 한솔이가 Joshua. 하고 부르더니 한국 말로 좋아해. 하는 거 보고싶다. 그럼 슈아 난감한 듯 약간 미간 찌푸리고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이러겠지.. 그럼 한솔이가 활짝 웃으면서 이건 I love you 라는 뜻이라고 말해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



7.

홍솔 한솔이 집에서 라면 끓여먹는 거 보고싶다ㅋㅋㅋㅋ 슈아는 살면서 라면을 먹어본적이 없었음 그래서 자기 앞에 놓인 시뻘건 국물+확 끼쳐오는 매운 냄새에 이게 뭐냐고 인상 찌푸리며 물었으면.. 그럼 한솔이 라ㅡ면 하고 대답해주고 슈아 어색한 억양으로 라..라묜? 이래라ㅋㅋㅋㅋㅋ 그 억양에 한솔이 풋 웃더니 맛있다고 함 먹어보라고 슈아한테 젓가락 쥐어주는거 슈아 먹고싶지 않지만 한솔이가 먹는걸 원하는 것 같아서ㅠㅠ 마지못해 한입 먹어보는데 슈아에겐 넘나 매운 것......... 슈아 바로 얼굴 시뻘개지고 막 인중에 땀 맺히곸ㅋㅋㅋㅋㅋㅋ 계속 손 부채질 하면서 물 달라고 끙끙대는데 한솔이는 이게 왜 매운지 1도 이해 못하겠고요... 근데 늘 깔끔하고 단정한 슈아가 애타하는게 웃기면서도 귀여운 것이고요.... 그래서 괜히 막 놀리고 했으면 좋겠다 싫은데~ 막 이러면서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슈아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한솔이 애교 함 부려보라고 그럼 주겠다고 해라..(아 근데 미국에도 애교란 개념이 있나 몰라 그냥 있다 치자ㅎ) 슈아 싫다고 고개 젓다가 도저히 못참겠으니까 아 알았다고 머 하면 되겠다고 하는데 한솔이 문득 한국을 휩쓸었던 애교... 기싱꿍꼬또 생각나서 그거 영어로 시켜라(엠카 백스테이지 노리는거 맞음) 슈아 왜 뜬금없이 귀신을 찾는진 모르겠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고요; 그래서 걍 안하고 한솔이는 왜 안하냐고 물 안먹고 싶냐 그러구 그렇게 계속 깐족대는 한솔이 목덜미 턱 잡더니 그대로 입맞추는 슈아 보고싶당ㅎㅎ 그 첫 뽀뽀하던 날과는 달리 제법 능숙한 슈아.... 꽤 짙게 키스를 나누고선 입 떼더니 슈아 능글맞게 이젠 안 맵다구 해라ㅋㅋㅋㅋㅋ 한솔인 완전 초초초초당황해서 얼굴 터질듯 빨개지고ㅠㅠ 그렇게 알콩달콩 연애하는 홍솔 보고싶다.. 



호우 썰

스크롤주의/클리셰주의

 

 

음 제목부터 존나 클리셰..지만 클리셰는 옳은 거라고 배웠읍니다

무튼 남고생 호우로 이런 거 보고 싶다

 

 

 

1.

권순영(18)은 태권도 선수 유망주임 어릴 때부터 취미로 태권도를 했었는데 그게 적성에 맞아서 계속 해오다가 어쩌다보니 청소년 태권도 대회에 나갔고요... 입상 했고요... 그 뒤로 순영인 걱정없이 자기 정해진 앞길만 묵묵히 걸어갔음 좋겠다 근데 아무래도 머리가 공부보단 운동머리라 공부는 더럽게 못했으면ㅋㅋㅋㅋ 물론 굳이 열심히 할 필욘 없지만 순영인 음.. 매우 많이 못했으면 좋겠다.....그래서 늘 전교 꼴등을 벗어나본 적이 없고ㅋㅋㅋㅋㅋ 어머니도 이젠 해탈수준 그래 뭐 애가 건강하면 됐지^^! (순영:마자마자 건강하면 됐지 모!^^) 이지훈(역시 18)은 대한의 평범한 남고생. 공부 제법 하는 편이어서 반 실장(물론 지가 원해서 된 거 절대로 아님 걍 담임이 시킨 것)인 걸로. 그치만 애가 원체 성격이 붙임성도 없고 좀 무뚝뚝하고 해서 주변에 사람은 많은데 친구는 딱히 없을 것 같다 근데 지훈이는 딱히 신경 안 쓸 듯ㅇㅇ 애들이랑 피방 가고 그럴 시간에 차라리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 뭐 그런 마인드 지훈이의 장래희망은 (안어울리게도) 선생님이었으면ㅋㅋㅋㅋ 공부도 나름 잘 하기도 하고 특히 수학을 독보적으로 잘해서 나중에 수학 선생님이나 되어야겠단 생각을 어릴 적부터 하고 있었으면.. 아 그리고 지훈인 남동생 두명이 있는데 찬이랑 석민이ㅇㅇ *중요*순영이는 모르는 애들은 되게 무서워하는데 알고보면 걍 바보... 헐랭미.... 빙구.... 뭐 그런 애고 지훈이는 겉모습만 보면 졸귀탱인데 알고보면 존나 까칠한 애란 게 발림 포인트

 

 

2.

제목에도 써져있지만 순영인 귀여운 거에 환장하는 애임ㅋㅋㅋㅋ 그래서 집에 가보면 막 어린애들한테나 있을법한 아기자기하구 그런것도 되게 많고 주머니엔 늘 크롱 립밤이 들어 있음ㅋㅋㅋㅋ 취미는 투니버스... 보는 것.... 재미로 본다기 보단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이 넘나 귀여워서ㅠㅠ 막 보면서 헐 귀엽다..! 이러고 볼 것 같다 그런 순영인 지훈이의 학교로 한 3월 말쯤? 전학을 오게되고(~ 존나 급전개) 지훈이를 딱 보자마자 헐...... 너무 귀엽자나!!!!!!! 하면서 속으로 쿠오카우코아쿠오쾅 혼자 심쿵했으면.. 사실 지훈이가 겉모습만 보면 어느 반에나 있는 애들한테서 우쭈쭈 귀염받는 애, 마스코트 뭐 그런 것 같이 생겼자나요? 그래서 순영인 당연하게도 지훈이가 그런 애인 줄 알구 초면에 와씨 너 진짜 귀엽게 생겼다 와... 볼 한 번만 꼬집어 봐두 돼? 했으면..(사실 맘만 같아선 무턱대고 볼꼬집 시전하고 싶었으나 순영이 딴에는 초면이니까 격식 차린 것ㅋㅋㅋㅋㅋ) 지훈이는 열심히 문제 풀다가 안 그래도 잘 안 풀려서 빡치는데 전학왔다는 놈이(심지어 이름도 잘 모름 순영이 소개할때 지훈인 노관심 상태로 문제집만 쳐다봤기 땜에...) 대뜸 저딴 말을 하니까 순간 존나 화가 나는 것이고요.... 반 애들은 그런 순영이의 패기를 보며 헐;; 미친;; ;; 어떡함;; 이지훈한테;; ;; 이럼서 ;<-만 수백번 흘렸으면... 지훈이 딥빡한 표정으로 앞머리 쓸어올리면서 아 씨발 야 이 개씨발놈아------------- 하며 쌍욕 시전.. 지훈이 그렇게 순영이한테 한방 멕이고 1교시 준비하러 지 사물함 뽈뽈뽈 걸어갔으면 졸지에 평생치 얻어 먹을 욕 한 번에 얻어 먹은 순영인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서 눈만 깜빡이고ㅋㅋㅋㅋㅋㅋ 그러다 제정신 차린 듯 지훈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그 뒷모습이 쪼끄만한게... 너무나... 카와이 한 것..... 순영이 방금 전 상황이 그저 꿈만 같고요...? 저런 애가 욕했다는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고요; 그 벙찐 상태로 1교시 수업듣는 순영이 보고 싶다ㅋㅋㅋㅋㅋ

 

 

3.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에 담임쌤이 지훈이랑 순영이 호출했음 좋겠다 야 이지훈 권순영 너네 쌤이 좀 오래~ 이 말 듣고 지훈인 인상 팍 쓰고 먼저 교실을 나섬.. 순영인 엉???? 하면서 비적비적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지훈이 뒤따라갔으면 차마 말은 못걸고 힐끔힐끔 위에서 지훈이 얼굴만 내려다보는데(둘이 키차이가 있다보니까 옆에 딱 붙어 걸어도 순영이는 지훈이의 정수리가 보이는걸루...하 존좋인데) 위에서 보는 지훈인 더 귀여운거야ㅠㅠ 볼도 모찌모찌한게 순영이 속으로 아..진짜...너무..귀여워.... 하면서 지 혼자 심장 부여잡고 심쿵사 당했으면ㅋㅋㅋㅋ 지훈이는 그저 빡칠뿐이고요ㅠㅠ 속으로 시발만 수백 수천번 외치는 지훈이.. 그리고 담임이 부른 이유는 바로바로 지훈아 니가 실장이니까 순영이 책임지고 데리고 다녀라 좀 이었으메........그말 듣자마자 똥씹는 표정 되는 지훈이와 내적댄스 추는 순영이ㅋㅋㅋㅋ 차마 대놓고 아싸!!!! 하진 못하구 표정만 싱글벙글인데 지훈인 진짜 귀찮음+빡침+짜증남+시간아까움=모든것이 맘에 안듦 상태인 것.. 그래서 대충 순영이 옆에 델꼬 다님서 존나 성의없이 학교 구경시켜주는 지훈이 보고 싶다 저기 화장실. 저기 매점. 저기 음악실. ㄹㅇ 나는 너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싫고 너도 싫다 이 기운 뿜뿜 뿜어져 나오는ㅋㅋㅋㅋ 근데 순영인 그와중에도 지훈이 말 1도 안 듣고 아씌.. 진짜 귀여워ㅠㅠ 이 상태였으면

 

 

4.

그날 이후로 호우 간에는 딱히 마주칠 접점이 없었음 순영인 특유의 친화력으로 모든반애들과 친해졌지만 아무래도 순영이가 주로 어울리는 무리는 좀 활발한 애들이었기 때문(양애취ㄴㄴ걍 어느 반에나 있는 좀 웃기구 그런애들) 지훈이는 늘 그렇듯 조용한 애들이랑 있는듯 없는듯 공부나 빡시게 하면서 지냈고.. ~시간은 흘러흘러~ 모의고사 시즌이 다가왔고 반평균 성적 이런거에 존나 예민한 담임은 뜬금없이 반평균 공약을 걸고요... 1등하면 애슐리 레스토랑 데려가주게따!!!!! 이 말 한마디에 하나되는 반 아이들... 순영인 헤헿애슐리 헿ㅎㅎ가면 좋겟당ㅎㅎ이지만 열심히 할 생각 1도 없고ㅋㅋㅋㅋㅋ 지훈이는 아 뭔 공약이야; 하고 심드렁했으면 어차피 그딴거 없어도 늘 열심히 해왔던 지훈이기에ㅇㅇ 그리고 담임은 (당연하게도)지훈이에게 전학오자마자 전교꼴등을 겟또-한 순영이를 맡기고... 지훈이는 아 씨발 내가 왜 하면서도 담임한테 싫은티는 차마 못내고 ..(라고 입은 말하고 있지만 표정은 존나 썩어있다)라고 했으면 그저 생각없고 밝은 순영이는 ㅎㅎ우왕 지훈이가 공부시켜준대 아싸ㅎㅎ 하고 기뻐했으면ㅋㅋㅋㅋ..... 괜차나 순영인 튼튼하자나? 그 뒤로 쉬는시간이나 창체시간 이럴때 틈틈이 순영이 공부 시켜주는 지훈이 보고싶당.. 근데 살면서 공부란걸 해본적 없는 순영인데 집중이 될리가; + 순영인 공부보단 지훈이 얼굴 구경하면서 헉ㅠㅠ진짜 귀여워ㅠㅠ 이러기 바쁘고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순영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는 것ㅋㅋㅋㅋㅋ 사실 그 강렬한 첫만남 이후로 순영인 늘 속으로만 지훈이를 앓아왔던 걸로.. 저렇게 귀여운애가 쌍욕이라니; 믿기지 않지만서도 순영인 지훈이의 쌍욕이 넘나 충격적이었던 것임미다.... 무튼 속으로만 그러구 있는데 지훈이가 그래서 ㅁㅁ가 뭐라고? 라고 딱 물었는데 순영이.. 너무나 '나집중안하구있었어요' 티내면서 ....어응?으어? 했으면ㅋㅋㅋㅋㅋ 그럼 지훈이 안그래도 똥씹은 얼굴 더 싹 굳히면서 야 내가 방금 뭐라고 했어ㅡㅡ 하면은 순영이 당황해서 어..? 아 하핫 그러니까 하핫그럼 지훈이 또 존나 쌍욕해라.... 야 씨발 인생 망하고 싶냐--------------내가 너땜에 이 시간을 낭비해야겠냐 이 시발럼아--------이러고서 야 오늘은 그만하자 후 하면서 자리 일어서는 지훈이 보고싶다 혼자 남은 순영이 존나 얼빠짐 상태..

 

 

 

5.

근데 머 옛말에 그런말도 있잖아요? 미운정이 더 무섭다..ㅇㅇ 지훈이가 딱 그 상태였음 좋겠다 사실 지훈이는 살면서 순영이만큼 자주 부딪히고 왔던 사람도 없었음 지훈이 성격 자체가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모든 사람들과 일정 선을 지키고 살아왔던지라.. 그런 지훈이에게 순영인 선을 넘다못해 지훈이의 세계를 파..한 사람인 것ㅋㅋㅋㅋㅋ 그래서 지훈인 시간이 갈수록 이건..뭐지...? 싶은 것 남들 눈에 권순영과 이지훈은 어느샌가 베스트프렌드가 되어있었고요... 무튼 지훈인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지훈이랑 순영인 이제 평범한 친구사이가 됐음 같이 급식도 먹고~ 체육시간에 같이 짝도 하고~ 하루종일 둘이 꼭 붙어다니는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늘 함께인 둘.. 물론 지훈이가 절대적으로 갑임ㅋㅋㅋㅋㅋ 지훈이바보 순영인 늘 지훈이 까탈스런 성격 다 맞춰주고.. 짜증 다 받아주고 그럼 그러면서 이젠 지훈이를 나름 다룰 줄 알게됨ㅋㅋ 그래서 여자저차 해서(~ 존나 급전개2222) 지훈이네 집 놀러가는 순영이 보고 싶당.... 딱 갔는데 이찬이라는 졸귀탱있어서 환장했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기서 찬이는 초등학생인걸루ㅇㅇ 순영이 지훈이에게서 동생이 있다 머다 이런 말 한번도 들어본적 없어서 남동생있을 줄 꿈에도 몰랐는데 지훈이가 문 열구 같이 들어서자마자 거실서 들리는 형아 와써? 라는 앳된 목소리에 헉.......머지.....졸귀탱의 기운이 느껴진다....하면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는데 네....소파엔 이지훈보다 더 찌끄만 애가 있었고요.... 순영이 보자마자 육성으로 헉 하고 속으로 헐 이지훈이 젤 귀여운줄 알았는데 이지훈보다 더 작고 귀여운애가 있다니!!! 하면서 눈 뒤집어지는거 보고 싶다ㅋㅋㅋㅋㅋ 바로 그 옆에 앉아서는 이름이 뭐야?부터 찬이 며짤?이럼서 볼 꼬집고 난리났으면.. 지훈이 그거 보고 기가 찬 듯 야 뭐하냐ㅡㅡ 찬이한테서 손 안떼냐ㅡㅡ 막 머라구 했으면.. .... 왜 이러세여..;ㅇㅅㅇ;; ... 아퍼여...ㅜㅅㅜ 이러던 찬이는 지훈이가 막 그러는거 보고 속으로 /감동/ 이었음 좋겠닼ㅋㅋㅋㅋ 사실 어린 찬이는 형아가 워낙 무뚝뚝하구 그러니까 평소 지훈이형... 내 친형이 아닌가... 라구 심각하게 고민하고 했었던 것ㅋㅋㅋㅋㅋ(하 졸귀탱)

 

6.

~시간은 흘러흘러~ 또 시험기간이 됐음 시험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예민보스 되는 지훈이라 순영인 평소보다 더더 몸을 사리며.... 눈치를 살피며.. 그러고 지내고 있었음 그러다가 지훈이가 유난히 피곤해 하는 것 같길래 학교 끝나구 지훈이 집 가서(첨 지훈이네 집 간 이후로 이제 종종 가는 순영이임 근데 웃긴건 지훈인 방에서 혼자 공부하고ㅋㅋ 순영인 찬이랑 맨날 노는 거ㅋㅋㅋㅋ 그래서 한 날은 찬이가 순영이한테 진지하게 근데 형아.. 형아는 공부 안해두 돼..? 해쓰면 사실 옆에서 자꾸 귀찮게 해서 그런게 맞음ㅇㅇ 근데 순영인 또 해맑게 응! 형아는 나중에 태권도 선수할 거거든~ 이랬으면 좋겠넹ㅋㅋ 그럼 찬이 급실망+시무룩해져선 아...그랭....ㅇㅅㅠ 이러구) 몰래 학교 매점에서 사둔 캔커피 쥐어줫스면.. 순영인 지훈이가 고맙다고 하는것까진 안 바라고 나름 감동먹고 '순영아...' 쯤은 해줄줄 알았는데(아 여태까지 한번도 순영일 순영이라고 불러본적 없는 것도 좋겠다 순영인 지훈아~ 이지훈~ 뭐 이렇게 부르는데 지훈인 무조건 권순영. . 이랬으면ㅋㅋㅋ) 애가 표정이 떨떠름한게 아무 반응이 없는 것.. 알고 보니 이지훈.... 단거 환장하구 쓴거는 못먹는 애였으면ㅠㅠㅋㅋㅋㅋㅋㅋ 근데 자기가 스스로 남자답고 그런다고 생각해서 아무한테도 티 안내고 그랬는데 권순영이 갑자기 커피를 들이미니 당황당황ㅋㅋㅋㅋㅋㅋ 그에 순영인 의아해져서 암 생각 없이 지훈아 왜? 커피 싫어해? 하고 묻는데 지훈이 묻지도 않았구만 아 아니거든 나 쓴거 잘 먹거든 나 단거 안좋아해<ㅋㅋㅋㅋ 이랬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캔커피 딱 따서 한모금 호록 마시는데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순영이 이미 '나 단거 안조아해'에서 아 지훈이 단거 좋아하는구나 눈치까고 웃음 참고 있었는데 지훈이 표정이 너무.. 못 먹을 걸 먹은 듯한 표정+아니 이딴걸 왜 먹는지 이해안간다는 듯 빡친 표정이라 속으로 계속 웃음 참고 있어라.. 근데 그때 그 모습을 목격한 찬이가 어 형 커피 안 먹짜나! 이러곸ㅋㅋㅋㅋㅋㅋㅋㅋ 둘 사이엔 어색한 정적만이...... 이지훈 표정 아씨발 좆됐다 로 변하구 순영인 결국 참던 웃음 풉 하고 터트렸으면 이미 눈치까고 있었는데 찬이의 확인사살....

 

 

7.

그러던 어느날 시험기간에 밤새서 공부하고 하다가 시험끝나고 완전히 컨디션 최악되어가지곤 몸살감기 걸린 지훈이 보고싶다 지훈이 아프다는 소식 듣고 감기약 들고 지훈이네 집으로 병문안 가는 순영이 보고싶다.. 지훈이 쓴거 싫어하다보니까 약도 일체 입에 안 대는 것도 좋겠다ㅠㅠ 아프면 아팠지 절대 약을 먹고 싶지 않은 것임.. 근데 하필이면 순영이가 사온 약은 쓰디쓴 가루약...지훈이 그거 보고 진지하게 아 이새끼가 날 놀리는건가 이새끼 죽일까 하고 고민했으면ㅋㅋㅋㅋㅋ 그럼 순영이 짐짓 무섭게 그래도 지훈아 약 먹어야지 그래야 빨리 낫지 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아~ 했으면 지훈이 자기가 안 먹는다곤 했다간 내내 이지랄일 것 같애서 마지못해 앙 하고 먹는데 순영이 옳지~ 하면서 끝까지 호로록 멕이고 표정 완전 썩어있는 지훈이한테 주머니에서 알 완전 큰 청포동 사탕 멕여주면 좋겠다 그것도 2... 지훈이 사탕보자마자 눈 반짝이면서(자기는 태연했다고 생각하지만 순영이 눈에는 *_* 이 상태ㅋㅋㅋㅋ 그럼 순영인 또 속으로 아.. 진짜 귀엽다.. 하구 생각하겠지) 바로 입안에 밀어넣는데 지훈이 양볼 뽈록해져서는 진ㅉㅏ 최고로 귀여울 것 같다 순영이 계속 속으로 헐..어떠캐....존나...존나 귀여워....하면서 어쩔줄 몰라했으면 그럼서 아 볼 꼬집구 싶어 아 뽀뽀쪽쪽도 해주고 싶어ㅠㅠ하면서 계속 앓는거 보고싶다... 지훈인 순영이가 그러는줄 꿈에도 모르고 아 맛있당 역시 단게 최고야 했으면 지훈이 그렇게 암생각 없이 사탕 먹구 있는데 순영이 속으로만 생각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진짜 볼에 뽀뽀해버린... 순영이 지가 해놓고 자기도 놀라서 _... 이 표정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ㅋㅋㅋ 지훈이 은근 미소짓고 있다가 바로 표정 싹 굳히면서 ......뒤지고 싶냐? 하면서 또 쌍욕 시전 이씨발----------------- 근데 여기서 포인트는 그런 지훈이의 귀가 빨개져 있던 것.. 순영이 당황해서 헉 미안해 지훈아 내가 그러니까 하면서 변명하려 하는데 지훈이 야 꺼져꺼져 안 나가? 하면서 순영이 기어코 문밖으로 내쫓았으면.. 그러고 나서 지훈이 방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표정 완전 넋이 나간 상태였으면.... 내내 사탕 잘만 빨아먹던 애가 가만 멈춰있겠지... 그리고 계속 방금 전 장면이 떠오르는거임ㅠㅠㅋㅋㅋㅋ 내가 뽀뽀를 당하다니..... 이럼서 그리고 졸지에 쫓겨난 순영이 역시 그랬으면 순영이는 그러겠지 내가 뽀뽀를 하다니.... 지훈이한테... 뽀뽀를 하다니.... 정신없이 쫓겨난 후에 집가는 길 방금전 상황 찬찬히 곱씹는데 지훈이의 귀가 빨개져 있었단걸 떠올리는 순영이.. 그리곤 자기도 괜히 귀 매만지면서 수줍게 웃겠지ㅋㅋㅋㅋㅋㅋ 주머니에서 크롱립밤 꺼내서 한번 바르곤 존나 괜히 입술 매만지면서 쑥스러워했으면ㅠㅠ

 

 

8.

위에서 말했듯이 순영인 겉모습만 보면 워낙 쎈캐라 순영일 모르는 애들 특히 1학년 후배들은 권순영 형? 그 형 존나 무서운 형 아니야? 이랬음 좋겠다 그리구 석민이(석민아... 보고 싶었어....)도 그중 하나였으면 석민인 공부 밖에 모르는 지훈이와는 달리 그저 삶이 행복한ㅋㅋㅋㅋㅋ게임 좋아하는 남고생이라 학교끝나고던 주말이던 늘 피씨방에서 사느라 여태껏 순영이를 못마주친거라고 치자ㅇㅇ 무튼 그랬는데 어느날 평소완 달리 집에 일찍왔는데 그 무서운 형이 거실에 있는 것임.. 존나 ?!?!?!??!?! 상태가 된 석민이가 신발 벗으려다가 멈칫하고는 머릿속으로 수백 수만가지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으면ㅋㅋㅋ 하필이면 그때 순영이가 찬이 옆에 끼고 계속 볼꼬집고 그러구 있었고 찬이는 표정이 좀.. 안 좋았었음ㅋㅋㅋ 왜냐면 이 형이 넘 귀찮게 하니까ㅠㅠ 석민이 조용히 공기처럼 지 방 들어가서 혼자 초조해하는거 보고 싶다 뭐지.. ... 저형이... 설마... 찬이 괴롭힘 당했던건가... 아니 찬이를 어케 안거지.. 아 뭐지... 하면서 혼자 별의별 걱정 다하고 있었으며 좋겠다ㅋㅋㅋㅋ 순영인 분명 현관문에서 뭔 소리가 났는데 찬이랑 같이 투니버스 보는 데 초초초집중해있느라 그게 누가 들어온거란걸 꿈에도 몰랐고.. 찬이는 흘끔 석민이 보고는 엥 석미니형이 왜 일찍왔대ㅇㅅㅇ하고 걍 넘겼던 것.. 암튼 순영인 석민이가 들어왔단걸 모르는 상태ㅇㅇ 석민이는 혼자 어쩔 줄 몰라하고 있고요....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건가....까지 생각이 도달했을때 잠깐 학원갔다온 지훈이가 돌아왔고... 지훈이가 들어오자마자 순영이 완전 업된 목소리로 강아지 마냥 달려나가서 지후나!!! 했으면 그 목소리 들은 석민이 ......?(겸리둥절) 했으면ㅋㅋㅋㅋㅋ 순영이 지훈이 와락 껴안고는 우는 소리내며 ㅠㅠ지훈아 보고싶어썽ㅠㅠ 이러고 지훈이는 야 안푸냐ㅡㅡ 하면서 순영이 정강이 깠으면.. 사실 순영이 1도 안아픈데(예 태권도선수 유망주 클라스) ㅠㅠ아포ㅠㅠ 아픈척 하면서 어기적어기적 다시 쇼파에 와 무릎 매만지는거 보고싶네..그리구 지훈이 귀 또 빨개져 있는거 보고 몰래 슬쩍 웃었으면..... 그리고 방에 처박혀 있던 석민이 슬금슬금 나와서 하핫.. 안녕하세욥...? 하면서 어색하게 순영이한테 인사하고ㅋㅋㅋ 그날부로 석민인 순영이에 대핸 오해 다 풀었으면.. 이 형 사실은... 바보였어...! 하면서 둘이 투니버스 나루토 하는거 열심히 볼 것 같닼ㅋㅋㅋㅋㅋ 석민인 지훈이랑 달리 되게 다정다감하고 잘 치대는 형이라 이젠 찬이 가운데 두고 석민이랑 순영이랑 찬이 한쪽 볼 점령하고 있겠지...찬이는 이제 거의 해탈해서는 그러려니 했으면ㅋㅋㅋㅋ 지훈이 그거 보고 되게 오묘한 감정을 느꼈으면.. 찬이 내 동생인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권순영이 자기 아닌 다른사람한테 저러는게 맘에 안드는 것임.. (전에는 전자의 생각만 들었었는데 이젠 후자의 생각도 듦) 그래서 공부하다가 잠깐 나와 물 한잔 마시면서 셋이 티비 보고 있는 거 되게 탐탁치 않게 쳐다보다가 문 쾅 닫고 들어갔으면 그런 스스로가 되게 혼란스러울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싶기도 하고... 저러는 권순영이 짜증나기도 하고 무튼 여러모로 다 맘에 안드는 상태. 거실에 있던 셋은 ...? 하다가 석민이랑 찬이는 아 형 또 저래 하고 마는데 순영인 계속 걱정이 되겠지 그래서 지훈이 방 똑똑하고 들어가서 지후나아 하면서 지훈이한테 말 거는데 지훈이 대꾸도 없이 계속 지 할일만 했으면 좋겠다 그럼 순영이가 계속 야아 지훈아아 이지후우운 했으면 계속 그러니까 지훈이 ..뭐 이 한마디 하는데 순영이가 화났어? 물어보고 그럼 지훈이 칼같이 아니. 하고 답하고.. 순영이가 그럼 삐쳤어? 하니가 지훈이 또 아니. 했으면. 순영이 그럼 뭔데에! 하니까 지훈이가 아 니가 알아서 뭐할건데. 이러고 틱틱댔으면.. 이거에 기분나빠할 법도 한데 이미 지훈이한테 빠져있는 순영인 기분나쁘고 뭐고 그런거 없고 그냥 지훈이가 빨리 풀리길 바라겠지ㅠㅠ 그래서 순영이 지훈이 침대에 누워서 발 동동 구르면서 아 뭔데에!!!! 왜 그러는데에!!! 하고 애들 떼쓰듯이 구는데 평소 같았음 니가 애냐 이러면서 뭐라고 했을 지훈이가 완전 딱딱하게 야. 가만히 있어라. 이러고... 순영인 이젠 지훈이가 나름 자기한테 맘도 열고 친구로 대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그렇게 딱딱하게 구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지훈이 결국 참다 못해서 예전에 그랬떤 것처럼 불같이 화냈으면. 지훈이가 넌 맨날 사람 귀찮게 한다고 엄청 심한 말 하고(욕은 했어도 이렇게 상처될 말은 한 적없는 지훈이였음) 순영이도 좀 속상하고 마음상하고 그래서 지훈이 말 가만히 듣다가 전에 들은적 없던 완전 깔린 목소리로 ..미안하다. 하고 나가버렸으면. 거실서 있던 석민이랑 찬이 분위기 이상하단거 알고 각자 방에 들어가고.. 순영인 집으로 돌아가고 지훈인 혼자 방에 남음. 그리고 순영이가 침대에서 발 동동 구르고 하느라 바닥에 떨어져있는 순영이 크롱립밤 줍고는 그거 빤히 내려다보면서 후회하는 지훈이.. 사실 화낼일 아니었는데. 사실 내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 그러니까.., 나는..... 너한텐 나만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데. 하면서 드디어 자기 마음 인정하는 지훈이 보고싶다. 순영이 역시 막상 그렇게 나오긴 했지만 엄청 후회할 것 같다. 그리고 머릿속도 복잡하겠지. 순영인 자기가 귀여운거 좋아하니까 지훈이 귀여워서 친구로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고 서서히 깨닫는 중이었으면.. 사실 자기도 그렇게까지 마음 상할 이유는 없었는데. 평소 자기 성격이라면 그냥 치고박고 싸우며 풀수도 있었는데. 내가 사실은 괜히 민감하게 반응한 건 아닐까. 그 이유가 내가 이지훈을 친구로 좋아하는게 아니라서. 단순히 귀여워서 좋아한게 아니라서 그런거였나. 하고 고민했으면..

 

 

9.

그 뒤로 둘이 한마디 않는거 보고싶다. 반 애들도 점점 그 낌새 눈치채고. 집에서도 지훈이가 완전 말없고 그러니까(아 물론 원래도 무뚝뚝하고 까칠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말 안한 적은 그리고 우울해보인 적은 없었던 것) 석민이랑 찬이 지훈이가 저러는게 그날 순영이와의 일 때문이란걸 눈치챘으면 좋겠다. 그래서 둘이 머리 맞대고 어떻게 해야 둘이 화해를 할 수 있을까 하구 고민하는거 보고싶다. 찬이는 지훈이한테 형아.. 순영이 형아 왜 요즘은 안 와? 하고 묻고 지훈이 그 말 듣고 표정 싹 굳어서는 ..몰라. 이러고 석민이도 학교에서 순영이한테 형 왜 요즘 우리집 안와요? 우리같이 나루토 봐야죠! 하고 장난스럽게 얘기 해보는데 순영이 웃지도 않고 아..그냥 요샌 시간이 안 나네. 이런식으로 둘러대고 말았으면... 그럼 석민이랑 찬이 둘이 다시 머리 맞대고 회의하겠지. 아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 형ㅠㅠ 그러니까.. 나 순영이형 그렇게 말 없는거 첨봤어. 이러면서. 그리구 둘이 생각해낸게 지훈이가 아프다고 뻥 치는 것ㅇㅇ 석민이가 순영이한테 형 지금 지훈이형 너무 아파요 어떡해요 이럼서 근데 자기들이랑 부모님은 밖이라서 집에 간호할 사람 없다고.. 지훈이형 집에 데려온 친구는 형이 처음이라 형한테 전화했다고 그런식으로 말하는 거 보고싶다. 그 시간 지훈이는 세상 모르게 잘 자고 있었고.... 순영인 석민이 전화받자마자 존나 놀라서 곧바로 뛰어왔으면 아직 쌀쌀한 겨울날씨인데 다급하게 나오느라 패딩이고 뭐고 없이 맨투맨 하나 달랑 입고 죽이랑 가루약 사서 무작정 뛰쳐가는 순영이 보고싶다. 그리곤 다급하게 문 쾅쾅 대면서 지훈아!! 이지훈!! 문 열어봐!! 이러고.. 그 소리에 깬 지훈이 ..뭐야...(잠긴 목소리) 하고 눈 비비면서 문 열어주는데 누구세..... 지훈이 말 끝나기도 전에 지훈아!!! 하면서 와락 지훈이 껴안는 순영이 보고싶다. 그 상태로 지훈아...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아프지만 마.... 이러구 그 품에 폭삭 안긴 지훈이는 이새끼 뭐지... 했으면 근데 사실 지훈이 얼굴이 아파보이기도 했으면 좋겠다ㅋㅋㅋㅋ 막 자다깨서 눈은 흐리멍텅하고 약간 발갛게 달아오른 뺨에 입술은 하얘보이고..ㅋㅋㅋ 순영이 계속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지훈이 안고있고 지훈이가 야.. ... 풀어봐봐... 하니까 그제서야 풀어주는 순영이. 그리구 지훈이 진짜 모르겠단 얼굴로 아니...니가 뭘... 잘못했는데? 하고 묻고 순영이 그냥 내가 다 내가 다 잘못했어. 너한테 화낸 내가 잘못한거야. ...많이 아팠지. 집에 아무도 없고. <내내 진지하게 듣다가 이 대목에서 ?????하는 지훈이.... 뭔 개소리지... 하면서 야... 나 안아파... 멀쩡해... 하고 한마디 하는데 그에 순영이도 ??????????..???? 아니 너 막... .. 40도 올라가고.... 계속 토하고.... 그럼 지훈이 ???뭔 개소리야 나 어제 잠 존나 12시간 잤는데 이러구 순영이 더듬더듬.. 아니... 석민이가.... 그랬는데.... <지훈이 아 이석민새끼고만.. 하면서 어이털리고ㅋㅋㅋㅋ 그러다 둘이 동시에 풉 하면서 푸하하 웃었으면..그러다가 순영이 자기 손에 들린 죽 가리키며 야 이거 아까워서 어쩌냐.. 하면서 주머니에서 가루약이랑 사탕 꺼내는데 동시에 그때 생각하는 지훈이랑 순영이 보고싶다. 그래서 둘다 뺨 화르륵ㅋㅋㅋㅋ 지훈이 가만히 보고있다가 사탕은... 먹어두 되잖아. 하는거ㅠㅠ 이번엔 자기 하나 까서 먹고 다른 하나 까서 순영이 하나 주겠지. 순영이 웃으면서 받아 먹구ㅠㅠ 그럼서 둘이 우리 진짜.. 바보 같다. 하고 웃는거 보고싶다. 그러고 둘이 웃다가 동시에 고개 돌려서 딱 눈 마주치는데 그때 순영이 .... 말없이 지훈이한테 다가가 이번에 입에다 뽀뽀해라. 완전 서툴게. 그냥 입술만 맞대고 있는 수준으로. 이번에도 순영이가 그때처럼 자기도 모르게 한거여도 좋겠다.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해버린 것ㅇㅇ.. 근데 지훈이 그때 미쳤냐?!! 했던거와는 달리 살며시 순영이 손 잡았으면.. 그리구 순영이랑 지훈이 동시에 입떼고 순영이가 ....그럼 우리... 사귀는거야? 하고 얼빠진듯 물었으면 좋겠다. 그럼 지훈이 부끄러워서 아......... 뭐 뭘 그런걸 물어봐 했으면 ㅠㅠ 이러면서 괜히 또 승질나구ㅋㅋㅋㅋㅋ 순영이 그럼 내내 참았떤던 말 이제야 하겠지. 지훈아 너 진짜.... 귀여워. 하면서 드디어 볼꼬집는 순영이. 쌍욕했던 첫만남과는 달리 귀가 새빨개진채로 가만히 있는 지훈이 보고싶다ㅠㅠ 5초 쯤있다가 지훈이가 야... 아퍼... 하자 그제야 순영이 깜짝 놀라서 헉..! 미안 미안해 지후나ㅠㅠ 했으면.. 그 뒤로 묘하게 달라진 지훈이형의 모습에 석민이랑 찬이는 어리둥절하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이.. ... 욕을 안하지..? 형이 왜.... ... 웃지? 이럼서ㅋㅋㅋㅋ

 

 

10.

지훈이 생일날 복숭아 모양 핸드크림 선물로 주는 순영이 보고싶다. 그거 주면서 지훈아 이거. 너 닮아서 샀어. 이러구 그럼 지훈이 ..? 복숭아? 이게 왜? 이러는데 순영이 거따대고 응 복숭아. 너 맨날 귀 분홍색 되자나ㅎㅎ 하고 웃었으면.. 그럼 지훈이 또 귀 빨개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순영이 생일땐 귀여운거 환장하는 순영이 취향 100프로 반영해서 호랑이 동물잠옷 사주는 지훈이.... 카톡으로 계속 [지훈아] [이거 너무 귀여워ㅜㅜ] [아진짜ㅜㅜㅜㅜ너무조아ㅜㅜ]하면서 잠옷 입고 인증샷 한 10개는 연달아 보내는 순영이 보고싶다ㅋㅋㅋㅋㅋ 지훈이 손으로는 [야 그만보내ㅡㅡ]하는데 입으로는 풉 웃으면서 사진 일일히 하나하나 다 저장하겠지.. 그리구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서로를 귀엽다고 생각하는 호우 보고싶다ㅠㅠ

 

 

11.

~타임워프~ 10년후 스물여덟의 호우.. 그때도 여전히 알콩달콩 연애하는거 보고싶다. 순영인 선수 생활 좀 하다가 태권도장 열어서 관장님 되구 지훈이는 수학쌤 됐는데 학교에서 애들이 다 무서워하는 선생님이여라ㅋㅋㅋㅋ 겉모습만 보고 얕봤다가 쌍욕 얻어먹고 질질 짠 학생이 한 둘이 아님.. 그래서 지훈이 지나갈때마다 애들 군기 빡 들어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했으면 그럼 지훈이 고개만 끄덕이고 말겠지.. 그런 지훈이가 퇴근만 하면 순영이 도장가서 기다리는거 보고싶다. 순영이 도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많이 기다렸어? 하고 다정하게 물으면 지훈이 고개 도리도리 저으면서 해사하게 웃는거 보고싶다ㅠㅠ 순영이 자연스럽게 그런 지훈이 손 꼭 잡고 둘이 같이 사는 집으로 걸어가는거 보고싶다.. 한 저녁 630?쯤 되어가지구 제법 어둑어둑한 길 걸어가며 재잘재잘 학교 얘기하는 지훈이랑<뭐 동료쌤들 흉도 보고 애들 힘들다 이런얘기두 하구ㅇㅇ 고등학교 때처럼 그런 지훈이 얘기엔 집중 않고 계속 귀엽다는 생각만 하는 순영이 보고싶다. 그럼 지훈이 또 야.. 너 지금 내 말안 듣고 있지. 이러고 그럼 순영이 말없이 그런 지훈이 뺨 돌려서 뺨에 쪽 뽀뽀했으면.. 그러고 먼저 걸어가는 순영이 보고싶다ㅠㅠㅠㅠ 지훈이 뒤에 남아서 아...아씨... 하고 또 새빨개진 귓불 막 매만지면서 고개 푹 숙이고 빨빨빨 순영이 따라가는 거...ㅜㅜ 여기서 포인트는 지훈이가 옆에 와 설 때까지 걸음 은근히 늦춰 가는 순영이.... 10년 연애했으니 도 치는 호우 보고싶다 얘네는 왠지 항상 달떡일 것 같음ㅠㅠ 관계 갖는 내내 지훈아 너 진짜 이뻐 너 진짜 귀여워 이러는 순영이 보고 싶다.... 그럼 지훈이 팔로 얼굴 가리고 아씨 하지마 뒤진다 진짜 이러구ㅠㅠㅠㅠㅠ H무 하면서 지훈이 내꺼 여기두 여기두 다 내꺼 이러는 거... 지훈이 픽 웃음서 그래.. 다 니꺼... 하는거 존나 보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  

BOY x BOY

17소년 


홋공 홍공 원른 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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